이재명發 '계엄령 폭탄'에 뿔난 與 "정치개혁 없이는 정치회복 어렵다"
나경원·김재원 등 당내 인사도 "말도 안 된다" 목소리
일각선 '文 전 사위 특혜 채용 수사' 무마용 이야기도
與 "李, 아킬레스건 불체포특권 포기 지속 공략해야"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계엄령 발언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이 대표가 정부·여당을 넘어 국가와 국민을 뒤흔들기 위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단 지적이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본인이 약속했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낸 것 자체가 협치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한 대표가 정치개혁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 이 대표와 민주당에 역공을 가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동훈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전날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계엄령'을 거론한 뒤 "차차 알게 될 것이라는 건 너무 무책임한 얘기다. 그건 일종의 '내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얘기랑 같다"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한 대표의 발언이 눈길을 끈 건 '국기문란'이라는 강한 단어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평소 정제된 언어를 쓰는 한 대표 특성상 '국기문란'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한 건 본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공세를 폈다는 의미다. 한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최고위에서 "국기문란이란 단어를 자주 쓰지는 않는데, (이 대표의 발언은) 레토릭(수사학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계엄을 준비하고 있단 확신이었다. 만약 거짓이라면 국기문란"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계엄령 의혹은 발언과 동시에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현실성 없는 계엄 공포 선동을 계속한다"며 "매카시즘보다 더 심각한 광적 선동, 재명이즘이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재원 최고위원도 지난 2일 CBS라디오에 나와 "(계엄령 준비설은) 정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무슨 헛것을 본 분이 비명을 지르는 느낌"이라며 "(계엄령을) 자꾸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도 "이 대표가 판결이 가까워져 오니까 눈에 헛것(계엄령)이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단 의혹을 내놨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인 김용현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국방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것이 계엄령을 준비하기 위한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라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에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주장이 허무맹랑하다고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현 국회 상황에서 계엄령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엄령은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계엄을 선포할 경우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만 170석으로 과반을 훌쩍 넘기는 만큼, 민주당만으로도 계엄령은 해제될 수 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이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이 이슈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란 이야기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주거지·별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향하는 국민적인 시선을 '계엄령'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면 아니, 그냥 헌법을 2분만 들여다봐도 계엄령과 관련한 법 구문을 찾을 수 있는데, 이재명 대표가 그걸(계엄령 해제 요건) 몰랐을 리 없다"며 "친문계가 전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 대표 입장에서도 대표 회담이란 큰 자리에서 여당을 압박할 프레임이 필요했을 것이며, 계엄령이란 강력한 단어는 던져놓고 몰이하기에 참 좋은 이슈였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럴수록 한 대표가 좀 더 강하게 정치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가 계엄령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 만큼, 한 대표도 이 대표의 약점인 '불체포특권 포기' 등을 계속해서 꺼내들어 이 대표를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특히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와 관련해 말을 바꾼 전력이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압박해야 한단 지적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불체포권리를 모두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1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는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검찰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의원들에게 사실상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전날 대표 회담에서 이 대표를 향해 "과거 이 대표도 면책특권 제한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으니 양당 대표의 생각이 같은 지금이 면책특권 제한 추진의 적기"라며 "불체포특권, 재판 기간 중 세비 반납 등 이미 국민 여론이 충분히 공감하고 논의된 특권 내려놓기 개혁을 이번에 반드시 실천하자"라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상응하는 대통령의 소추권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며 재차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 대표의 수많은 약점 중 하나이지만 본인이 말을 바꾼 전력이 있는 이슈인 만큼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한 대표가 참 의제 설정을 잘한 것 같다"며 "이제는 반격에 나설 시간이다. 불체포특권으로 찌르니 곧바로 논리가 빈약한 계엄령으로 되받아치지 않느냐. 계속해서 정치개혁을 얘기해서 이 대표가 정치개혁에 뜻이 없다는 걸 국민께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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