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마켓 나우] 연준의 장밋빛 전망과 경기침체의 그림자
제롬 파월(사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8월 23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사실상 인플레이션과의 종전을 선언했다. 향후에는 정책 초점을 물가 안정보다 성장에 두겠다고 했다.
이날 파월 의장이 내린 경제 진단은 장밋빛에 가까웠다.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이 동시에 가능한 골디락스 경제가 펼쳐질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역사상 실업률이 5%보다 낮고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지 않는 골디락스 경제 상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경제 상황은 실업이 주는 고통 혹은 높은 물가가 초래하는 불편함을 겪게 한다. 지난 40년간 소비자 물가가 전년 대비 4% 넘게 오르는 고물가 국면이 다섯 차례 발생했다. 물가는 대체로 두 가지 이유로 크게 올랐다. 우선, 경제가 순풍을 타 경기 확장 국면이 장기간 이어지면 가계의 수요가 증가해 물가가 상승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치세인 1980년대 후반과 클린턴이 미국을 이끌던 1990년대 후반, 그리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던 2000년대 초중반이 그랬다.
때로는 지정학적 불안정과 국제유가 급등이 물가를 자극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해 걸프 전쟁이 터졌던 1990년대 초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던 2022년 초가 그런 시기였다.
경기가 좋았을 때 하락하던 실업률 곡선이 급격히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곡선과 만나는 시점을 전후해 주가는 정점을 형성하곤 했다. 물가가 급격한 오름세를 타기 전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리 인상 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물가는 하락하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이제는 상승 커브를 그리는 실업률이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곡선을 제치고 올랐다. 실업률과 물가의 ‘데드 크로스’가 나타났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는 침체에 빠졌고 주가는 폭락했다.
급격히 기세를 올리는 실업률과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물가가 서로 만나면서 가계에 크나큰 고통을 안겼다. 이로 인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을 더한 ‘미저리 지수(misery index)’는 두 자릿수를 넘기기 일쑤였다. 지수는 데드 크로스 발생 뒤 빠르게 상승했다.
최근에도 실업률과 물가라는 경제의 두 마녀가 만나는 일이 두 차례 발생했다. 2021년 9월에는 5.3%를 넘은 물가 상승률이 실업률을 제치고 올랐다. 작년 8월에는 3.8%를 넘은 실업률이 인플레이션을 상향 돌파했다.
두 마녀의 첫 번째 조우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연준은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다. 2022년 경제에는 미니 침체가 왔고 주가는 급락했다. 이제 연준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마녀들의 두 번째 만남의 끝이 첫 번째 만남보다 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페드시그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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