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유해란 무서운 뒷심…“나를 믿었다”
‘긴 가뭄 끝 단비’ 같은 우승이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신인왕을 차지한 유해란(23)이 올 시즌 첫 우승을 거뒀다. 연장전에서 선배 고진영(29)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통산 2승. 올해 LPGA투어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우승 횟수도 2승으로 늘어났다.
유해란은 2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TPC 보스턴에서 열린 FM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타를 줄여 고진영과 함께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했다. 이어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파를 잡아내 보기를 기록한 고진영을 꺾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57만 달러(약 7억6000만원)다.
2001년생으로 고교 시절 국가대표를 지낸 유해란은 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통산 5승을 거뒀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65야드의 장타력을 앞세워 일찌감치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2022년 12월 출전한 LPGA 투어 Q-시리즈에서는 전체 수석을 차지해 해외 진출을 확정했다.
LPGA 투어에서도 유해란은 활약은 계속됐다. 지난해 9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거두면서 LPGA 투어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박세리(47)와 김미현(47), 박성현(31)을 포함해 한국 선수로는 역대 14번째 신인왕이 됐다. 특히 신지애(36)와 이정은6(28)의 뒤를 이어 KLPGA 투어와 LPGA 투어에서 모두 신인왕을 차지하는 뜻깊은 기록도 세웠다.
2라운드에서 버디만 10개를 잡아 6타 차 단독선두에 나섰던 유해란은 3라운드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버디 3개를 낚는 동안 보기 5개와 더블보기 2개로 6타를 잃어 7언더파 공동 6위로 밀려났다. 3라운드가 끝난 뒤 선두로 올라선 고진영에 4타 차로 뒤졌다.
그러나 유해란은 마지막 날 전반 9홀에서만 버디 6개를 잡아내면서 추격을 시작했다. 이어 12번 홀(파5)과 14번 홀(파4)에서 다시 타수를 줄이면서 15언더파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고진영도 15언더파로 4라운드를 마치면서 두 선수는 승부를 가리기 위해 연장전을 벌였다.
파5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전. 핀까지 120야드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유해란은 가볍게 3온에 성공하면서 버디 기회를 잡았다. 반면 111야드를 남겨놨던 고진영의 3번째 샷은 그린을 맞고 왼쪽 러프로 튀었다. 고진영은 러닝 어프로치로 핀을 공략했지만, 공은 컵을 크게 빗나갔고, 파 퍼트에 실패했다. 이를 지켜본 유해란은 2퍼트로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이후 우승이 없는 고진영은 통산 16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6월 KPMG 여자 챔피언십을 제패한 양희영(35) 이후 올 시즌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유해란은 “내게 두 번째 우승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몇 번이나 놓쳤다. 그래서 오늘은 기회를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다”면서 “3라운드가 끝난 뒤엔 힘들고 화도 났다. 이때 ‘너 자신을 믿으라’는 동료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지금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이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선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가 우승했다. 올 시즌 7승째를 거둔 그는 올해 상금으로만 6222만 달러(약 83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 유해란은 …
「 ◦ 생년월일 2001년 3월 23일
◦ 출신교 신곡초-숭일중-숭일고-한국체대
◦ 키 1m70㎝
◦ 프로 입문 2019년 5월
◦ 우승 경력 KLPGA 투어 5승, LPGA 투어 2승
◦ 주요 경력 2020년 KLPGA 투어 신인왕, 2023년 LPGA 투어 신인왕
◦ 국가대표 성적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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