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스타 언니와 동생? 4년 뒤엔 유도 금 자매”
“이제야 한숨 돌릴 것 같아요. 지난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은메달과 혼성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허미미(22·경북체육회)는 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독립투사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자 재일동포인 그는 올림픽 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건 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됐다.
허미미는 파리에서 귀국한 이튿날인 지난달 6일 대구 군위군에 있는 현조 할아버지(허석 선생)의 묘소를 찾아가 메달을 바치는 것으로 시작으로 전국 팔도를 누비면서 환영식·방송·팬 사인회 일정 등을 소화했다. 그를 지도하는 경북체육회 김정훈 감독은 “허미미가 최근 한 달간 차를 타고 이동한 거리만 따져도 2000㎞가 훌쩍 넘는다”고 귀띔했다. 2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에서 허미미와 미오(20·경북체육회) 자매를 만났다.
허미미는 “일본 도쿄의 본가로 돌아가 휴가를 즐기기에 앞서 꼭 상암동에 다시 오고 싶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첫 인터뷰를 한 장소가 이곳이었는데 그때부터 일이 술술 풀려 올림픽 메달리스트까지 됐다. 좋은 기운이 깃든 땅”이라고 말했다.
허미미는 2022년 6월 한국 대표로 첫 국제 대회인 그랜드슬램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이후 2년 만인 지난 6월엔 마침내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고, 이어진 올림픽에서도 두 차례나 시상대에 올랐다.
허미미는 “처음엔 길을 걷다 사인과 사진 요청을 받으면 당황했는데 지금은 유명세를 즐기는 편이다. 관심받는 것을 좋아해서 옷과 화장에도 더욱 신경 쓰고 있다. 소셜미디어 팔로워도 올림픽이 끝난 뒤 3만3000여 명이나 늘어났다”고 자랑했다.
올림픽 후 가장 기뻤던 순간은 평소 자신의 우상이라고 밝힌 배우 남주혁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았을 때였다. 허미미는 “남주혁씨가 ‘올림픽 경기를 잘 봤다. 수고 많았다’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온종일 고민하다 정성스럽게 답장을 보냈다”며 “이달 군 복무를 마치는 남주혁씨를 실제로 만날 날도 오길 바란다”고 했다.
허미미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그는 친동생 허미오의 훈련 파트너 겸 응원단장 자격으로 이 대회에 참석했다. 청소년 국가대표인 동생 허미오는 이번 대회 여자 52㎏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미미는 “미오는 축하를 받기보다는 따끔하게 혼나야 한다. 청소년 국제 대회에서 은메달에 만족해선 안 된다. 이 정도로는 성인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1 때인 2021년 일본 고교선수권에서 우승했던 허미오는 올해 한국으로 건너왔지만, 성인 무대에선 아직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허미미는 “휴가 기간 일본에서 같이 훈련하면서 미오가 하루빨리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언니의 따끔한 지적을 받고 풀이 죽었던 허미오도 그제야 활짝 웃었다.
허미미와 미오 자매는 현재 일본 명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재학 중이다. 강의가 끝나면 대학 유도부에서 함께 훈련한다. 4학년인 허미미는 유도부 주장이다. 2학년인 허미오는 차기 주장 감으로 꼽힌다.
동생 허미오는 “언니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니 주변에서 ‘수퍼스타 언니’를 뒀다고 부러워하더라. 맨날 보던 언니가 TV에 출연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이제는 바빠서 집에서 보기도 힘들게 돼 버렸다. 나에겐 멀고도 큰 존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그러자 언니 허미미는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입촌하면 매일 같이 지낼 수 있다”면서 “미오와 2026년 아시안게임에 함께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마침 2026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는 일본 나고야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허미미-미오 자매에겐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허미미는 “우리 자매의 도전은 지금부터다. 2028년 LA 올림픽에서 동반 금메달을 따는 게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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