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래 카페·유아원…도쿄 철로 밑 부지의 변신
일본은 고가교 아래 공간을 일컫는 ‘고카시타’를 도시재생사업 목적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까지 철로 밑 부지를 주차장과 화물 적치장 등으로 싼값에 빌려주는 수익사업에 국한했지만, 요즘은 문화 공간이나 지역 특성을 반영한 상점가로 꾸미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추세다.
지난달 30일 찾은 도쿄 ‘히비야오쿠로지’에는 음식점과 카페 등이 약 300m 구간에 조성돼 있었다. JR 유라쿠초역과 신바시역 사이 고가 하부를 리모델링해 2020년 7월 문을 열었다. 현재 40여 개 상점이 운영 중이다. 100년 이상된 아치형 벽돌 교각을 훼손하지 않고 콘크리트 내진 등 보강 작업으로 공간을 꾸민 게 특징이다.
JR동일본 개발사업본부 관계자는 “창고와 사무실로 활용하던 선하공간을 문화·잡화 판매와 술집 등 상업시설로 나뉘어 개발했다”고 말했다.
도쿄 JR 오카치마치역 인근 고가 밑에는 ‘2k540아키오카아티잔’이라는 예술·공예 거리가 조성됐다. 이 지역은 공방 거리를 만들기 전에도 귀금속 세공·판매, 공예점이 밀집된 곳이다. JR 개발사업부는 2010년쯤 수공예를 테마로 한 점포를 잇달아 유치하는 전략을 세웠다. 가죽 공예품과 액세서리, 카페, 음식점 등이 150m 길이 선하 부지에 줄지어 있다.
도쿄 JR 아사가야역과 고엔지역 주변은 도시재생 사업 성격이 강했다. 아사가야역 인근의 ‘알쿠아사가야’는 고가 하부 150m를 새로 꾸민 곳이다. 주택가 주변이라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유아원과 체조교실, 실내놀이터, 식당 등으로 구성됐다. 선술집이 즐비했던 고엔지역은 바닥과 외벽 정리, 페인트 작업을 거쳐 젊은이가 찾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도쿄 아사쿠사역 인근 선하 부지는 복합상업시설 거리인 ‘도쿄 미즈마치’로 유명하다. 물가와 공원을 바라보며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다. ‘요코하마 고가네초’는 히노데초역 근처에 조성된 예술인 집성촌이다. 다리 밑 1.5㎞ 구간에 갤러리와 회의장, 서점, 스튜디오가 조성됐다.
이 시설을 관리하는 한태호(45) 매니저는 “우범지대였던 곳이 전 세계 예술인이 모여드는 문화 거리로 바뀌었다”며 “지자체와 합심해 프리마켓이나 기획 전시, ‘고가네초 바자’를 열어 주민과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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