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용산에 밀정” 총리 “미몽서 깨라”…개원식날 친일공방
22대의 첫 정기국회가 2일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과 함께 막을 올린 가운데 여야는 첫날부터 역사관 등 현안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22대 국회는 임기 시작 95일 만인 이날 개원식을 가졌다. 1987년 개헌으로 제6공화국이 들어선 이래 가장 늦은 기록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불참하면서 오명은 늘어났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1981년 출범한 11대 국회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 연설 없이 약식으로 진행된 개원식이 약 45분만에 종료되자 여야 의원들은 “김치 대신 협치!”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하지만 이날의 ‘협치’ 구호마저 20분 만에 공염불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역할은 여야 간 대립을 조정하고 국민을 위한 협력을 끌어내는 것인데, 국회와의 협력 대신 갈등을 택하며 대통령의 역할을 방기했다”고 규탄했다. 이에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야당에서 대통령 가족에게 살인자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고, 이제는 계엄설까지 난무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향한 언어폭력·피켓시위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라 참석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같은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야당 의원들의 친일·뉴라이트 공세에 “미몽에서 깨어나시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신영대 민주당 의원이 마이크가 꺼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반헌법적 인사로 채워졌다. 다시 한번 대통령을 만나 국정 기조 전환을 건의하라”고 말하자, 이에 “위원님 제발 색깔 칠하지 말라. 국민을 자꾸 분열시키지 말라”고 맞받았다.
한 총리는 앞서 황정아 민주당 의원이 공격할 때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황 의원은 “라인(메신저)도 내주고, 역사도 팔아넘기고, 독도는 흔적을 지우고. 국정을 움직이는 신(新)친일파와 용산에 있는 밀정을 모두 쫓아낼 생각이 있느냐”라고 질의했다. 한 총리는 곧바로 “하나만 말씀드리면 일본이 소유권 이전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라인을 일본에 넘겼다고 국민에게 얘기하는 건 바로 가짜뉴스고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를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의원이 “혹시 대통령실에 일본 국가 기밀을 파는 밀정, 스파이가 있느냐”고 묻자 한 총리는 “그런 사람은 적어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엄태영 의원은 “가짜뉴스와 선전·선동의 DNA는 민주당의 오랜 전유물”이라며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 선동의 정치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기정·김정재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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