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 풍년…손님은 싸서 환호, 어민은 싸서 한숨

황희규 2024. 9. 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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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수협 송도위판장에서 민어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28일 낮 12시 전남 목포시 북동 활어회플라자(회센터). 목포수산물유통센터가 운영하는 식당가에는 제철을 맞은 민어를 맛보려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회센터에서 만난 박철규(43)씨는 “민어를 먹기 위해 충남 천안에서 3시간을 달려왔다”며 “여름철 보양식인 민어를 이렇게 싼 가격에 많이 먹어보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회센터 내 한 식당 주인은 “손님들이 지난해보다 최고 50% 싼 가격에 민어를 맛보고 있다”며 “지난 초복(7월 15일)에만 하더라도 1㎏당 7만원에 팔던 민어회를 지금은 5만원 이하로 판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꼽히는 민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전남 신안군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경매에 나온 신안 임자도산 수치(수컷) 민어(8㎏ 이상)는 1㎏당 2만8000원에 판매됐다. 5㎏대는 1㎏당 1만5000원~1만7000원으로 지난달(3만원)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 민어 가격이 내려간 것은 어획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평소 신안군수협 송도위판장에서 민어 거래량은 하루 10~20t 수준이었지만 이달 중순 이후 35~40t으로 증가했다.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민어는 8월~9월 초가 가장 많이 잡힌다. 신안군수협 관계자는 “지난 20일부터 새우 등에 대한 금어기가 풀리면서 조업을 하는 어선까지 늘어 민어 어획량이 동반 증가했다”며 “비쌀 때는 초복을 전후로 8㎏ 이상짜리 민어가 1㎏당 6~7만원으로, 마리당 50만원을 넘기도 하는데 이달 들어선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산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어민들은 민어가 많이 잡히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신안군 증도에서 민어잡이를 하는 김태현(37)씨는 “민어가 많이 잡히기는 하는데 비싼 인건비와 기름값 때문에 적자를 보는 날도 많다”며 “힘들게 잡아도 크게 남는 게 없으니 최근엔 상당수 어가에서 민어 조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어는 단백질과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여름철 보양식으로 꼽힌다. 노인이나 긴 병을 앓은 환자 체력 회복과 어린이 발육촉진, 산모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민어는 회로 먹거나 탕·찜으로도 먹는 등 다양하게 맛 볼 수 있다. 민어 껍질과 부레도 별미로 꼽힌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민어는 익혀 먹거나 날것으로 먹어도 좋으며, 말린 것은 더욱 좋다. 부레는 아교를 만든다’고 기록돼 있다.

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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