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 후손들 “에펠탑에 올림픽 오륜 영구 조형물 설치 반대”
프랑스 파리의 상징물이자 대표적인 명물인 에펠탑에 2024 파리올림픽을 기념한 오륜 조형물을 영구 설치하겠다는 파리 시장의 계획에 에펠탑 설계자 구스타브 에펠의 후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에펠후손협회는 성명에서 “135년 전 세워진 이래 파리의 상징, 나아가 전 세계에서 프랑스의 상징이 된 에펠탑에 외부 조직의 상징이 영구적으로 추가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지난달 31일 현지 매체 웨스트 프랑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 둘(에펠탑과 오륜 조형물)이 함께한 채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기념해 지어진 에펠탑이 세계적인 아이콘과 결합하는 것이 “아름다운 아이디어”라고 했다.
이달고 시장은 에펠탑이 국가적 문화유산인 만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이같은 구상을 서면으로 설명했다면서 “그러나 파리 시장으로서 결정은 내게 달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도 이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에펠탑 1층과 2층 사이 지상 70m 높이에는 커다란 오륜 조형물이 설치됐다. 설치된 오륜 모형은 폭 29m, 높이 13m에 무게는 약 30t에 달한다. 에펠탑은 파리시 소유로, 파리시가 에펠탑 운영 업체 SETE의 대주주다.
구스타브 에펠의 손자이자 이 협회 회장인 올리비에 베르텔로 에펠은 AFP 통신에 “패럴림픽 이후 얼마 동안 오륜기를 그대로 두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에펠탑은 광고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협회의 부회장인 사뱅예트만 에펠은 BFM TV에 출연해 더 강하게 이달고 시장의 계획에 반대했다.
그는 “파리와 프랑스의 상징이 된 에펠탑은 더 큰 대의를 강조하는 데 종종 사용된다”며 에펠탑이 올림픽이든 무엇이든 특정 이미지와 영구적으로 연결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펠탑은 인권 문제를 부각하거나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 등을 표출하는 데 곧잘 이용된다. 앞서 에펠탑은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뜻으로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물든 바 있다.
이달고 시장의 숙적이자 사임한 라시다 다티 문화 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이를 발표하기 전에 유산 보호를 위한 모든 절차와 협의가 존중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국제 청원사이트에는 오륜 조형물 영구 설치에 반대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이는 ”파리올림픽은 축제의 장이었지만, 이 축제의 계절이 끝나면 우리의 상징적인 기념물은 원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일 오후 현재 이 청원엔 5700여명이 동참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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