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내 처지가 좀 그렇다'더라" 野 3자 특검법 내일 발의

유성운 2024. 9. 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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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일 제3자 추천방식의 순직해병 특검법을 발의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최종안을 완성하고 현재는 세부 문구를 조정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이 내놓는 순직해병 특검법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두 차례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과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했고, 지난달 8일 발의한 특검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이번 법안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발의하겠다고 했던 대법원장의 제3자 추천 방식을 수용하는 대신 야당의 비토권을 넣을 계획이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지만,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엔 무력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 대표가 주장한 ‘제3자 추천안’에 대해서 “무늬만 특검”이라며 반대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박찬대 원내대표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제3자 추천안’도 수용 가능하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틀 뒤 8·18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도 수용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후 민주당은 한 대표에 ‘8월 26일까지 특검안을 제출하라’며 압박했다. 하지만 한 대표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기한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응수하며 버티자 선제적으로 법안을 발의해 재차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한 대표가 어렵다고 해서 우리가 냈으니 공이 넘어갔다”면서도 “한 대표가 극심한 내부 반발을 뚫고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일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순직해병 특검법과 관련해) 내가 처지가 좀 그렇다. 당내 상황이 좀 어렵다”는 한 대표의 바공개 발언을 전했다. 조 대변인은 한 대표가 전날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 중에 “내 생각은 변함없다. 나는 식언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표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화답했고, 한 대표는 “(법안을) 낼 생각이다.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방식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비공개 발언까지 흘려가며 압박하고 있지만,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국회의장 비토권’에도 난색을 표했는데 ‘야당 비토권’에 대해서는 더욱 반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성운·김정재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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