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버스 속 숨 몰아쉰 임신부…"자리 양보 좀" 기사 차 세웠다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 임신부를 배려한 한 버스 기사의 일화가 알려져 훈훈함을 주고 있다.
최근 JTBC에 따르면 간선버스 270번을 모는 기사 전진옥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버스가 청량리역 환승센터를 출발한 뒤 버스에 임신부 A씨가 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서울 상암 차고지(기점)와 망우동 양원역(종점)을 오가는 270번 버스는 출근 시간이면 승객이 가득 찬다고 한다. 당시 버스 안 노약자석·임산부석에도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A씨는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선 만원 버스에서 서서 가야 했다.
그러다 20년 동안 이 노선을 오간 베테랑 기사인 전씨 눈에 A씨 모습이 들어왔다. A씨가 버스 뒤쪽을 쳐다보면서 전씨는 A씨가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전씨에 따르면 당시 버스가 마침 신호에 걸리자 전씨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고 일어나 몸을 뒤로 돌린 뒤 승객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임산부가 탔는데 자리들 좀 양보하시죠.”
전씨 말을 들은 한 승객이 A씨에게 자리를 양보하면서 A씨는 9개 역을 지나는 20분 동안 자리에 앉아갈 수 있었다.
전씨는 JTBC와 인터뷰에서 “노선에 노약자가 많다 보니 세심하게 보는 편”이라며 “임신부가 저쪽 뒤를 보는데 ‘저 사람 좀 힘든가 보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신호가 걸렸으니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웠다”고 말했다.
그는 “출근 시간대니 다들 휴대전화만 보고 ‘저 사람에게 양보해야겠다’고 생각을 못 한다”라며 “이런 것은 제가 개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버스를 내린 뒤 버스회사 홈페이지에 “정말 감동이었고 감사했다”며 전씨를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글에 따르면 당시 감사함을 나타내던 A씨에게 전씨는 “못 챙겨줘서 죄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씨는 “‘정말 고맙다’는 A씨에게 죄송하다 그랬다. 내가 미리 자리를 마련해줬어야 했는데 너무 늦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줄곧 해온 일이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며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런 내용이 공개된 뒤 온라인에선 “모두에게 부탁한 배려가 멋지다” “기사님 예리하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감사하다”와 같은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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