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지각·尹 없는 반쪽’ 개원식에…여야, 또 다시 ‘네 탓’ 공방
권혜진 2024. 9. 2. 18:30
임기 시작 후 95일만에 개원식 ‘최장 지각’ 오명
1987년 민주화 후 첫 대통령 불참…‘협치’ 메시지 실종
대통령실 “국회 정상화 우선” 野 “정상화할 건 대통령”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미뤄졌던 22대 국회 개원식이 2일 열렸다. 22대 국회 임기 시작 95일 만에 열린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여야는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윤 대통령의 불참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였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22대 국회 개원식 겸 올해 정기국회 개회식을 개최했다. 당초 개원식은 지난 7월 5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여야가 원구성 및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을 놓고 극한 대치를 벌이면서 계속 미뤄져 왔다.
여야는 9월 정기국회 개회식에 ‘약식 개원식’을 함께 개최하는 것과 관련해 이견을 보여왔으나, 더 이상 개원식을 미룰 수 없단 우원식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이날 개원식을 열게 됐다. 이전까지 가장 늦은 개원식은 직전 21대 국회 때다. 임기 시작 후 48일 만인 2020년 7월16일 개원식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87 체제’ 이후 현직 대통령의 개원 연설이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에서 협치에 관한 메시지를 내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며 “대통령을 불러다 피켓 시위를 하고 망신 주기를 하겠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불참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우 의장은 이날 개원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불참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임기 첫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뒤늦은 개원식을 한다”며 “모처럼 양당 대표 회담이 있었고 대통령도 (개원식에) 참석했으면 국민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적용하는 삼권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조화롭게 융합해야 국민의 삶에 편안해진다”며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운영에 성과를 낼 수 없다. 정부에 책임 있는 자세, 진전된 자세를 보여 달라고 요청한다”고 간접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불참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이날 개원식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개원식은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모여 국가의 미래를 논의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을 다짐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윤 대통령은 이 역사적인 순간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이 국회와의 협력 대신 갈등을 선택했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번 불참 결정은 정치적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국정 운영의 혼란을 초래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맹폭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 정상화를 주장하는데 정상화해야 할 것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대통령 불참은) 명백히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조국혁신당도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을 두고 “국회를 존중 않으니, 대통령으로서 존중받을 자격도 없다”고 직격했다. 강미정 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22대 국회 개원식은)가장 늦은 개원식에 이어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유일한 개원식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며 “윤 대통령의 참석을 촉구하며 개원식을 늦춰온 만큼, 이 명예롭지 못한 기록은 국회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다양한 탄핵 시위에서 (윤 대통령에게) 조기 자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살인마’를 다짜고짜 외쳤다”며 “과연 존중받을 수 있는 국회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행정부로부터 존중받으려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는 것보다 국회 정상화가 더 시급한 문제”라며 “22대 국회가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민생보다 정쟁에 매몰된 상태다. 절대 의석수를 무기 삼아 국회를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정치 복원은 요원할 것”이라고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 시작부터 대통령 개원식 불참을 두고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100일 동안 이어지는 정기국회에서 여야 협치가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이달 26일 예정된 본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방송 4법,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에 대한 재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핵심 입법 과제로 내세우고 있어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오는 4~5일에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다. 4일에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 연설을 한다. 9일부터 12일까지는 대정부 질문을 시행하고, 다음 달 7일부터 25일에는 국정감사가 열린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1987년 민주화 후 첫 대통령 불참…‘협치’ 메시지 실종
대통령실 “국회 정상화 우선” 野 “정상화할 건 대통령”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미뤄졌던 22대 국회 개원식이 2일 열렸다. 22대 국회 임기 시작 95일 만에 열린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여야는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윤 대통령의 불참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였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22대 국회 개원식 겸 올해 정기국회 개회식을 개최했다. 당초 개원식은 지난 7월 5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여야가 원구성 및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을 놓고 극한 대치를 벌이면서 계속 미뤄져 왔다.
여야는 9월 정기국회 개회식에 ‘약식 개원식’을 함께 개최하는 것과 관련해 이견을 보여왔으나, 더 이상 개원식을 미룰 수 없단 우원식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이날 개원식을 열게 됐다. 이전까지 가장 늦은 개원식은 직전 21대 국회 때다. 임기 시작 후 48일 만인 2020년 7월16일 개원식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87 체제’ 이후 현직 대통령의 개원 연설이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에서 협치에 관한 메시지를 내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며 “대통령을 불러다 피켓 시위를 하고 망신 주기를 하겠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불참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우 의장은 이날 개원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불참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임기 첫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뒤늦은 개원식을 한다”며 “모처럼 양당 대표 회담이 있었고 대통령도 (개원식에) 참석했으면 국민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적용하는 삼권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조화롭게 융합해야 국민의 삶에 편안해진다”며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운영에 성과를 낼 수 없다. 정부에 책임 있는 자세, 진전된 자세를 보여 달라고 요청한다”고 간접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불참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이날 개원식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개원식은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모여 국가의 미래를 논의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을 다짐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윤 대통령은 이 역사적인 순간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이 국회와의 협력 대신 갈등을 선택했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번 불참 결정은 정치적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국정 운영의 혼란을 초래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맹폭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 정상화를 주장하는데 정상화해야 할 것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대통령 불참은) 명백히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조국혁신당도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을 두고 “국회를 존중 않으니, 대통령으로서 존중받을 자격도 없다”고 직격했다. 강미정 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22대 국회 개원식은)가장 늦은 개원식에 이어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유일한 개원식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며 “윤 대통령의 참석을 촉구하며 개원식을 늦춰온 만큼, 이 명예롭지 못한 기록은 국회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다양한 탄핵 시위에서 (윤 대통령에게) 조기 자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살인마’를 다짜고짜 외쳤다”며 “과연 존중받을 수 있는 국회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행정부로부터 존중받으려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는 것보다 국회 정상화가 더 시급한 문제”라며 “22대 국회가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민생보다 정쟁에 매몰된 상태다. 절대 의석수를 무기 삼아 국회를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정치 복원은 요원할 것”이라고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 시작부터 대통령 개원식 불참을 두고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100일 동안 이어지는 정기국회에서 여야 협치가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이달 26일 예정된 본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방송 4법,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에 대한 재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핵심 입법 과제로 내세우고 있어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오는 4~5일에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다. 4일에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 연설을 한다. 9일부터 12일까지는 대정부 질문을 시행하고, 다음 달 7일부터 25일에는 국정감사가 열린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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