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고공행진, 김치가 '금(金)치' 될까…김치 수입은 ‘역대 최대’

김경미 2024. 9. 2. 18: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일 서울 한 전통시장에서 배추를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상일동에 사는 주부 이윤희 씨는 저녁 반찬으로 겉절이를 하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가 비싼 배춧값에 깜짝 놀랐다. 이 씨는 “지난달만 해도 6000~7000원 정도였던 국산 배추 한 통이 9000원으로 올랐더라”며 “당분간 배추 겉절이는 먹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여름 장마와 무더위가 계속되며 배추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상 기온으로 재배 면적이 해마다 줄고 있는데다 최근 병해충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공급량이 더 줄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수입량을 기록한 중국산 김치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폭염에 배추 재배 비상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평균 소매 가격은 1포기 6545원으로 전달보다 19% 올랐다. 보통 여름에 배추 가격이 오르는 편이지만 지난해보다 18.53%, 평년보다도 4.6% 높은 가격이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여름에는 주로 고랭지 배추가 시중에 나온다. 그런데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여름 배추 경작지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지역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은 5242㏊로 1996년(1만793㏊) 이후 연평균 2.9%씩 줄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강릉, 태백, 삼척 등에 선충 피해가 발생하며 단위 면적당 생산량마저 타격을 입었다.


김치 재료·포장김치 가격도 꿈틀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종가 김치를 고르는 모습. 뉴스1
이밖에 김치의 또 다른 주재료인 고추, 마늘 등의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aT가 집계한 건고추 소매 가격은 600g당 1만8854원으로 평년보다 6.5% 올랐다. 깐마늘 소매 가격은 1kg에 1만272원으로 평년과는 비슷한 수준(0.51% 인상)이지만 지난해보다는 22.65% 올랐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며 김치 제조업체도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내 포장김치 시장 점유율 약 40%인 대상은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종가 맛김치’ 가격을 최대 12.3% 인상했다.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1만3000원에 판매되던 900g짜리 포장김치 가격이 1만4600원으로 올랐다. 경쟁사인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의 경우 “(가격 인상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자체도 급등했지만 재료 저장, 김치 제조, 유통 등 생산단계별 비용이 계속 상승 중”이라며 “가격 인상 요인은 쌓여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인상 시기를 엿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치 수입 ‘역대 최대’


2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중국산 수입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산 배추 가격이 치솟으며 김치 수입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김치 수입 금액은 9847만 달러(약 13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다. 연간 김치 수입액이 가장 많았던 2022년 1~7월(9649만 달러)보다 늘었다.

한국에 수입된 김치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국산 김치보다 약 40% 저렴하다. 물가 상승으로 비용이 늘어난 식당, 외식업체 등에서 수입 김치 수요가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올여름 배춧값 인상 폭이 커지며 김치 수입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김치는 거의 모든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기본 식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며 “특히 배추 수급은 기후 문제와 맞물려 고랭지 재배 면적이 해마다 급감할 수 있는 만큼 수입 배추나 양배추 등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