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자 중도 이탈 대책이 "결혼이민자 네트워크 활용"이라고?
[무주신문 박채영]
▲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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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무주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의 친척들로 농장주와 직접 고용 계약을 맺는다. 본국에서 한국 문화 등에 대해 사전교육을 받는 공공형 계절근로자와 달리 이들의 한국 적응은 결혼이주여성의 몫이다. 숙소도 결혼이주여성의 집을 공유하거나 이주여성의 가족이 제공한다.
'E-8-2 비자'가 계절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중도 이탈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계절근로자의 근태와 현지 적응에 대한 책임이 사실상 결혼이주여성에게 부여돼 지자체의 관리 바깥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주여성의 친척 중 중도 이탈자가 발생하면 정부는 이주여성에게 패널티를 부여한다.
실제로 무주군은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2017~2022년 전국 지자체 계절근로자 이탈규모 분석' 보고서에서 2022년 '이탈 규모가 큰 지자체' 전국 5위를 기록했다.
무주군 관계자는 "중도 이탈이 발생하면 이탈한 노동자의 혈연인 이주여성은 앞으로 1년 동안 가족을 한국에 부를 수 없다"며 "이런 패널티가 중도 이탈을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이주여성을 볼모로 삼는 방법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평가다.
민주노총 이주노조 정영섭 사무국장은 무주군의 계절근로자 운영 현황에 대해 "E-8-2 비자가 그렇게 많은 건 흔치 않은 비율"이라면서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중도 이탈이 많이 발생한 원인 분석과 해결 없이 'E-8-2 비자'만 늘리는 것은 계절근로자를 인간이 아닌 노동력으로만 보는 차별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까지 무주 지역에서 발생한 중도 이탈 11건은 관외 결혼이주여성의 친척으로 파악됐다. 무주군 관계자는 이미 발생한 중도 이탈에 대해 "내년에는 관외 결혼이주여성의 초청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외 결혼이주여성의 친척이 계절근로자로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다.
정영섭 사무국장은 "그런 경우를 군에서 알고도 용인한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며 "그런 경우 브로커가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계절근로자의 중도 이탈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지자체가 노동 환경을 관리하고 노동자 권리 교육을 진행하는 등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고창군·장수군·익산시는 노동권 보장 신경쓰는데... 무주군은?
2022년 무주군과 함께 '이탈 규모가 큰 지자체' 상위권을 기록한 고창군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계절근로자 쉼터를 마련하고 외국인근로자 전용 기숙사도 준공하는 등 안정적인 계절근로자 제도 정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 전북 최초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국내 최초로 '농촌인력 적정 인건비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계절근로자의 노동권 보장에 앞장서는 행보를 보였다.
장수군, 고창군 등은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계절근로자 정책 안내' '대한민국 기초 법 질서 강의' 등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계절근로자의 지역 정착을 돕고 있다. 익산시는 농장주와 계절근로자 간 소통을 돕기 위해 베트남의 채팅 앱 잘로(Zalo)를 활용, 계절근로자의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응하고 있다.
반면, 무주군이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은 '외국인근로자 기초영농기술 및 농작업관리' 자료 배포가 전부였다. MOU를 통해 입국한 'E-8-1 비자' 계절근로자는 본국에서 기초 교육을 받지만 'E-8-2 비자'의 경우 별도로 받는 교육이 없다.
실제로 이주여성 초청형 계절근로자를 위한 교육과 안내에 대해 무주군 관계자는 "결혼이민자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지역 인구 감소와 농업 종사자 감소로 인해 계절근로자 도입이 불가피한 것이 무주가 마주한 현실이다. 정부가 마련한 제도에 기대는 안일한 대응 대신 군의 적극적인 개입과 기존의 틀을 벗어난 대책 마련만이 계절근로자의 중도 이탈을 막고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방법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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