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고팍스 지분매각때 '고파이 피해자' 최우선적으로 고려"
"이용자 보호가 언제나 처음"
韓, 포기 어려운 매력적인 시장…규제는 강력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지분 매각과 관련해 "신규 투자자와 논의하고 있는 제일 우선적인 부분이 '고파이' 유저들에 대한 자금 환급 부분"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탱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2일 오전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바이낸스 X 해시드 리더십 및 컴플라이언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고팍스 인수를 처음 제안한 것은 고팍스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이용자 보호가 언제나 처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여정을 지속하고 있으며 원만하게 협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낸스는 고팍스 인수를 추진하면서 지난해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 중단 피해금(당시 약 700억원) 100%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최대주주 변경 신고를 승인해주지 않으면서 인수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바이낸스는 보유 지분을 현재 72.6%에서 10% 초반까지 낮추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 일환으로 메가존클라우드의 모기업인 메가존에 고팍스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브 영 김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 이사는 "협상을 할 때 고파이 유저 변제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면서 "저희 지분율과는 상관없이 일정 부분의 금전적 손실을 보는 부분이 있더라도 협상에서는 그 부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처럼 한국 금융당국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국내 진입에 엄격한 요건을 적용 중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크립토닷컴, 바이낸스 등에 강력한 진입 요건을 요구해왔다. 해외 거래소 입장에선 전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거래량을 보유한 매력적인 국가인 한국을 손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리처드 탱 CEO는 "한국에게 어떤 방향이 가장 적합한가는 한국 규제기관이 정해야 할 몫"이라면서도 "가상자산 분야는 매우 혁신적으로 블록체인, 인공지능(AI)과 결합한다면 미래 산업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이런 투자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재 바이낸스가 진출한 국가는 19개국이다. 가깝게는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이 있으며 가장 최근 진입에 성공한 나라로는 인도가 있다. 아랍권 두바이와 바레인 등도 가상자산 주도국을 두고 경쟁 중이다. 리처드 탱 CEO는 "2017년부터 여러 국가가 '차기 가상자산 허브'가 될 것이라고 표방해왔는데 일본도 이런 비전을 발표했다"고 힘줘 말했다.
리처드 탱 CEO는 "올해만 기관투자자 수가 36% 증가했는데 이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패밀리오피스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기업들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래리 핑크 CEO가 이끄는 블랙록이 대표적이며 모건스탠리, 피델리티 등도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인 기관투자자다.
증권성에 대한 판단은 개별 국가의 영역으로 남겨뒀으나 전통적인 금융자산과 가상자산의 차이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는 "규제 당국자들은 자동차 성능을 빗대는 '마력(馬力)'처럼 가상자산을 (본인들이) 가장 잘 이해하는 분야에 끼워 넣는다"며 "(하지만) 가상자산은 아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령 증권거래소는 T+1, T+3 등 청산 소요 시간이 달라 청산 리스크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가상자산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며 "상응하는 개념이 어긋나 있고 리스크도 굉장히 다르다"고 짚었다.
최근 가상자산업계에서 거는 미국 대선 기대감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선을 그었다. 그는 "바이낸스는 단기간 전망을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보는데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금리인하 등이 있다"면서 "트럼프는 많은 이들이 가상자산 친화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국가마다 정책 의제를 설정해야 하는 만큼, 저희는 지속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낸스는 여타 가상자산업계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측에 정치 후원금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바이낸스는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면서 한국의 좋은 프로젝트가 해외에 확장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바이낸스가 자금모집(펀드레이징)이나 여러 생태계를 연결해줄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바이낸스 컴플라이언스 부국장인 닐스 안데르센 로드,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해시드 법무 책임자 진 강의 패널 토론도 이어졌다. 패널들은 개인 투자자 교육과 더불어 전문 세미나를 통한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필요성 등에 공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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