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대신 협치" 공염불 된 국회 개원식 구호…尹 불참 네 탓 공방
22대 국회가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임기 시작 95일 만인 2일 개원식을 가졌다. 1987년 개헌으로 제6공화국이 들어선 이래 가장 늦은 기록이다. 최장 지각 개원식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불참하면서 오명은 늘어났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1981년 출범한 11대 국회 이후 처음이다. 당초 국회는 지난 7월 5일 개원식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순직해병 특검법,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으로 여야 관계가 급랭하며 순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개회사에서 “뒤늦은 개원식을 진행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면서 “모처럼 양당 대표 회담이 있었고, 대통령도 참석했으면 국민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했다.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서는 국정 운영에 성과를 낼 수 없다”, “정부가 조금 더 책임 있고, 진전된 자세를 보여주길 요청한다”라고도 했다.
우 의장은 의료대란에 대해서도 “의정갈등이 낳은 의료공백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비상 의료체계가 원활하다고 한다”며 “정부는 더 현장으로 들어가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을 향해선 “누적되고 구조화된 갈등이 의회정치를 위협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민심의 목소리를 입법에 반영하고 정부에 전할 책임이 국회에 있다. 입법부로서의 책무를 분명히 해나가자”고 했다.
우 의장은 또 “개헌의 폭과 적용 시기는 열어놓되 개헌 국민투표는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는 하자”며 “대통령에게도 다시 한번 '개헌 대화'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치개혁과 연금개혁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이 연설하는 동안 야당 의석에서는 박수가 이어졌지만, 여당은 침묵했다. 이날 국회 개원식은 대통령 연설 없이 약식으로 진행돼 약 45분 만에 종료됐다.
여야 의원들은 개원식 종료 후 기념사진 촬영식을 진행하며 양옆 의원의 손을 맞잡고 사회자의 구호에 따라 “김치 대신 협치!”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의 ‘협치’ 구호는 20분 만에 공염불이 됐다. 개원식이 종료되자마자 민주당은 불참한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예정에 없던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은 여야 간 대립을 조정하고 국민을 위한 협력을 끌어내는 것인데, 국회와의 협력 대신 갈등을 택하며 대통령의 역할을 방기했다”고 규탄했다.
이에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야당에서 대통령 가족에게 살인자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고, 이제는 계엄설까지 난무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향한 언어폭력·피켓시위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라 참석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오는 4일과 5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다. 4일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각각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할 예정이다. 대정부 질문은 9일부터 12일까지 실시되며 10월 7일부터 25일까지는 국정감사가 열린다.
본회의는 9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방송 4법 ▶노란봉투법 ▶25만원 지원법에 대한 재표결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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