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챔피언의 위기…삼성에 주는 교훈
[한국경제TV 정재홍 기자]
<앵커> 미국의 반도체 챔피언 인텔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빅테크들의 AI 흐름에 뒤처지면서 핵심 성장동력으로 밀던 파운드리 사업마저 접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효율성이 떨어진 비대한 조직과 주력 사업의 침체, 인텔이 가진 문제점들이 현재 삼성전자에 주는 교훈 또한 크다는 진단입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앞서 2분기 어닝쇼크를 내며 대규모 인력감축까지 예고했던 인텔이 사업 구조조정안도 발표한다고요.
<기자> 네.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1만 5천여 명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발표했던 인텔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 열리는 이사회에서 경영진들이 파운드리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이사회에 보고할 수 있다는 예상도 외신을 통해서 보도됐습니다.
구조조정의 이유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 악화입니다.
PC CPU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경쟁자 AMD와 Arm 기반 퀄컴 등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AI 서버 GPU는 아예 엔비디아가 시장을 점령했고, 서버 CPU 시장에서도 AMD의 추격이 거셉니다. 이제 막 시작한 파운드리는 상반기에만 53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가 집행되는 파운드리 재검토가 필요성이 대두된 건데요. 로이터 통신은 이어서 인텔이 사업부 가운데 한 곳인 '프래그래밍 가능 칩 부문'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팻 겔싱어 CEO가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2위를 차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첨단 공정 로드맵도 공개했었잖아요.
<기자> 향후 인텔의 구조조정안을 더 봐야겠지만 지금대로라면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은 원점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초인 지난 2월 인텔은 처음으로 자체 파운드리 행사인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커넥트'를 열고 1.8나노 제품을 연말에 양산하고, 2027년엔 1.4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TSMC가 내년부터 2나노 초미세 공정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이를 앞서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사업 존속마저 불투명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인텔 파운드리가 낸드 플래시와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인텔은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에 낸드 사업부를 우리돈 약 10조 원에 매각 결정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인텔은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주변사업을 정리했습니다.
단, 인텔은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85억 달러의 지원금을 약속 받았습니다. 미 정부의 반도체 부활 전략 중심에 인텔이 있어서 파운드리 매각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사업부가 분할·매각될지 수순은 지켜봐야 합니다.
<앵커> 한 때 메모리 반도체까지 영위했던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의 위기를 현재 삼성전자의 모습으로 투영해 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사안을 취재하며 실제 인텔과 삼성 두 기업 모두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했던 전직 반도체 전문가와 통화해보니 인텔 다음으로 삼성전자가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퍼스트무버로 군림했던 인텔은 칩 설계와 기술력에선 앞서있지만 서비스 경쟁력 부족했다는 평가입니다. 수십년간 반도체 부문을 이끌어왔기에 점점 빅테크 맞춤형 칩 설계로 가고 있는 업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 했다는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집중하면서 시대 흐름에 맞게 기술 변화를 내놓는 능력도 부족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고객 맞춤형으로 칩을 제조해야하는 파운드리에서 큰 단점으로 꼽힙니다.
해당 비판에서 삼성전자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메모리 퍼스트 무버였던 삼성전자는 지난 2017~2018년 반도체 슈퍼 호황기 호실적에 취해 기술 혁신을 게을리 했다는 지적입니다. 이후 단기 실적에만 집중한 결과가 SK하이닉스에 밀린 HBM 시장 2위로 나타났죠.
메모리 업황이 살아나면서 삼성전자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삼성 반도체의 넥스트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내부에서도 조차 뚜렷한 밑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를 차세대 동력으로 삼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고 있죠.
<기자> 네.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10여년의 시간 동안 TSMC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세운 건데요.
파운드리에서 3나노 최초 상용화 등 성과도 있었지만, 그때보다 지금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반도체 설계 역량에서도 모바일 AP 엑시노스 개발이 지속되고 있지만 당장 내년 갤럭시S25에 탑재될 엑시노스 2500의 탑재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메모리를 걷어낸 비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1조 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결국 주력 사업인 메모리 사업의 미래 경쟁력이 살아야 비메모리 성장동력도 지속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재홍 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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