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쪼그라든 ‘가계 여윳돈’… “물가 오르고 빚만 늘어”

양민철 2024. 9. 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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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53)씨는 최근 아내, 중학생 딸과 함께 휴대전화를 '알뜰폰'으로 바꿨다.

물가 상승과 대출 이자 부담에 가계 여윳돈을 나타내는 '흑자액'이 전년 대비 8개 분기 연속 쪼그라들며 역대 최장 기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96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3.5% 늘었지만 물가 상승분을 걷어낸 실질소득은 435만2767원으로 0.8% 상승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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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흑자액’ 역대 최장기간 감소
물가 상승·대출 부담 증가 ‘이중고’
음식점 소매판매도 16개월 감소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53)씨는 최근 아내, 중학생 딸과 함께 휴대전화를 ‘알뜰폰’으로 바꿨다. 그 결과 매월 10만원이 넘던 가족 통신비가 9만원으로 줄었다. 외식은 한 달에 한 번, 배달 음식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정했다. 하지만 씀씀이를 줄여도 학원비, 대출 이자 등으로 목돈이 나가면 저축할 여유조차 없는 달이 더 많다고 한다. 김씨는 2일 “물가가 너무 올라서 아낀다고 아껴보는데 돈이 모이기는커녕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과 대출 이자 부담에 가계 여윳돈을 나타내는 ‘흑자액’이 전년 대비 8개 분기 연속 쪼그라들며 역대 최장 기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가구 흑자액(1인 이상·실질)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1만8000원(-1.7%) 줄었다.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 감소세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흑자액은 가계소득에서 세금과 이자 등의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에서 그외 소비지출을 다시 빼고 남은 돈을 뜻한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 비율을 나타내는 흑자율도 올 2분기 기준 29.0%로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흑자액과 마찬가지로 8개 분기 연속 하락세다.


가계 여윳돈이 줄어든 배경엔 소득보다 더 빠르게 오른 물가와 이자가 놓여 있다.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96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3.5% 늘었지만 물가 상승분을 걷어낸 실질소득은 435만2767원으로 0.8% 상승에 그쳤다. 고금리 여파에 이자 비용도 2022년 2분기 8만6000원에서 지난 1분기 12만1000원으로 뛰었다.

팍팍해진 가계 살림은 내수를 옥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액지수’(불변 기준)는 지난 7월 101.9로 전년 대비 2.3% 줄며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다. 해당 지수는 대형마트 등 주요 소비처에 음식점업을 포함한 실질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다. 여윳돈 감소와 소비 부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악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수년간 소득보다 물가와 가계부채가 더 빠르게 올랐다”며 “장보기가 어렵고 빚도 늘었는데 서민들이 돈을 쓸 수 있겠느냐”고 했다.

내수 부진 장기화는 경기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통계청이 집계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기준 98.4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5개월째 기준점(100)을 밑돌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던 2021년 2월(98.2)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하반기에 고금리·고물가가 완화되면 내수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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