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잡기에…외국인은 은행주 매도, 소비자는 혼란

김남준 2024. 9. 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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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가계대출 취급을 일부 중단하면서, 은행주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강화되는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 실적 악화가 우려되자 외국인들이 은행주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을 이사 철을 앞두고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도 금융당국 ‘갈지자’ 정책 행보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에…4대 금융 주가 1주일 새 4% 급락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가(종가 기준)는 1주일 전인 지난달 23일 대비 4.64% 급락했다. 최근 4대 금융그룹의 주가는 상승세였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기업가치 개선) 정책에 맞춰 자사주 소각 및 배당 증대 계획을 적극적으로 내놓은 결과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올해 경영 목표로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 폭을 초과해 대출하면, 내년에 은행별 평균 DSR 관리 목표를 낮추겠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출 증가 목표를 못 맞추면, ‘패널티’를 주겠다는 엄포에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일괄 축소하고,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사는 것)’에 악용될 수 있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등 가계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세대원 중에 집이 한 채라도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모두 중단하는 ‘극약 처방’까지 발표했다.

금리 인상 금융당국 비판도 외국인 매도 ‘촉발’


가계대출 규제뿐 아니라 높아진 대출 금리에 대한 금융당국 압박도 은행주 매도를 끌어낸 촉발제가 됐다. 그간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금융당국 요구에 가산금리를 인상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을 금융당국이 용인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권이 손쉽게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택했다”며 비판에 나섰다.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 ATM기. 연합뉴스

대출 금리 인상을 금융당국이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면서, 상반기 늘어났던 예대금리차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달 예금은행 신규 예대금리차는 1.14%포인트(총대출-저축성수신)로 6월 대비 0.06%포인트 축소했다”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대출금리에 선반영되며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은 축소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대마진이 축소하면 그만큼 은행권 이자 수익은 줄어든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국인들은 지난주 은행주를 1230억원 순매도 했다”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위한 은행 대출금리 인상 우려 발언 및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가능성에 따른 성장률 둔화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사해야 하는데”…조여오는 규제에 소비자도 불안


은행 주주뿐 아니라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은행권이 규제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자 대출이 막힐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올해 하반기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준비 중인 직장인 이모(39)씨는“분양 당시 중도금 대출 제한 폐지 등 지금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정책을 믿고,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계약했는데 입주 시점에 대출 규제가 조여오고 있어서 잔금을 내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면서 “가계대출 관리 좋지만,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쳐주면 좋겠다”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은행별로 알아서 가계대출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면 대출이 되는 시점과 범위가 은행별로 달라지게 된다”면서 “이럴 경우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 대출이 되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문제”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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