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수료 인하 전망에…본업 대신 대출 눈돌리는 카드업계
내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될 가능성이 커지자 카드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사업의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자, 대출과 금융상품 등으로 사업역량이 쏠리는 모양새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 연말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에 나선다. 적격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마케팅비용‧위험관리비용 등을 포함한 일종의 결제원가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2012년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해 수수료율을 조정한다. 지난 네 차례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마다 모두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진 만큼, 카드업계에선 내년 수수료율도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2012년 1.5~2.12% 수준이었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하락했다. 연매출액이 3억원을 넘지 않는 영세 가맹점에는 0.5%가 적용되고, 10억~30억원 규모의 가맹점에는 1.5%가 적용된다. 카드업계는 “원가 이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이 96%에 이르는 상황”이라며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 상품 설계 과정 등에 쓰이는 주된 수익원인데도 인하가 반복되면 역마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업인 신용판매사업에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자, 카드사들은 대출영업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7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전월 대비 6207억원 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저축은행 등이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대출 문턱을 높이자 카드론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수요가 쏠린 점도 맞물렸다.
올 상반기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 순이익은 1조4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2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는데, 카드대출수익과 할부카드수수료수익은 각각 전년 대비 1942억원·1711억원 늘었다.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1313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물가 상승과 카드 사용량 증가에 따른 영향이 커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카드론뿐 아니라 자동차 할부금융 등 금융사업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7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총 수익의 23.2%로, 5년 사이 7.3%포인트 줄었다. 수익성 감소로 카드사가 비용 효율화에 나서면, 이른바 '알짜카드'가 단종되는 등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생겨날 수 있다. 올 상반기 단종된 신용·체크 카드는 373종으로 전년 동기(159종) 대비 두 배가 넘는다.
카드사들은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라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달라”며 금융당국에 요구해왔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2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 상태인데, 최근 회의에서도 재산정 주기 논의는 연말로 미뤄졌다. 대신 이날 회의에서는 카드업계의 고비용 거래구조를 개선하자는 방안이 거론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인건비 등을 절감해 허리띠를 졸라맨 상태인데, 비용을 절감했다는 이유로 수수료가 또 인하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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