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지각·대통령 불참'국회 개원…禹 "정부, 국회 존중해야"(종합)
우원식 의장 "尹대통령 불참 아쉬워"
반민특위 위원장 자녀·고려인 후손 참석
22대 국회가 임기 시작 후 약 석 달 만에 개원식을 열었다. 1987년 개헌으로 제6공화국 체제가 들어선 이후 가장 늦게 열린 개원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6공화국 이후 처음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국회 개원식에서 "22대 국회는 이날 임기 첫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뒤늦은 개원식을 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모처럼 양당 대표 간 회담도 있었고, 개원식에 대통령께서 참석하셨더라면 국민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원식에는 사법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행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우 의장, 정부에 "진전된 자세" 요청…친일 논란 등 겨냥도
우 의장은 "삼권분립을 온전하게 실현해야 민주주의"라며 "국회 본연의 역할인 입법을 강화하고 국민의 눈으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도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전된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청한다"며 "거듭 강조한다.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 운영에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이날 개원식에 불참하고, 그동안 야당이 추진해온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거듭 행사한 것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이날 국회 개원식엔 김상덕 제헌국회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장의 아들 김정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 일제강점기 때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를 당한 고려인의 후손 등도 참석했다. 이들에 대한 우 의장의 초청은 정부의 '친일 논란' '뉴라이트 인선 논란' '홍범도 장군 논란'을 인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우 의장은 "항일 독립운동은 국민주권을 선언한 우리 헌법의 출발이다. 그 역사가 나라의 정체성을 만들었고, 국민의 자부심이 됐다"며 "국회는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지키고 계승할 책무가 있다. 오늘 함께해주신 분들을 모시고 22대 국회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 의장, 尹에 개헌 대화 제안…선거제도 개혁도 언급
우 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결단으로 막힌 물꼬를 틀 수 있길 바란다"며 개헌을 위한 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개헌 국민투표는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는 하자. 정치적 오해에서 벗어나 개헌을 성사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다. 본격적으로 상의하자"고 강조했다.
9차 개헌이 이뤄진 1987년 이후 37년이 지난 만큼 현실에 맞게 개헌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우 의장은 "그간의 변화를 반영하고 앞으로 변화해야 할 길을 만들지 못해 현실은 길을 잃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개헌 논의만 반복하다가 또 제자리에 멈추는 일은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들어서기 전 22대 국회 전반기 2년을 그냥 보내선 안 된다"며 "여야 정당에 재차 제안한다. 개헌의 폭과 적용 시기는 열어놓되 개헌 국민투표는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는 하자"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또 선거제도 개혁도 국회에서 당장 논의하자고 당부했다. 우 의장은 "비례성과 대표성, 다양성이 강화되는 선거제도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득표율이 의석수로 온전히 반영되고 다양한 민의를 포용하는 다원적 정당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양극 정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어려워진다. 그러면 또 선거일이 임박해 선거구를 획정하고 깜깜이 선거를 하게 된다"며 "심각한 국민 참정권 침해다. 이번에도 정치개혁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즉시 논의를 시작하자"라고 요청했다.
민생 위한 국회 역할 강조…의료대란엔 사회적 대화 제안
우 의장은 체감 경기 악화·의료 대란 등 민생을 위한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민생은 숫자가 아니다 현장이다. 담장 안, 책상 앞에서 보는 민생이 아니다"며 "당장 민생부터 끌어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상황과 상반되게도 체감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만큼 국회가 민생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 해결과 관련해 정부가 현실 감각을 갖추고 현장과 국민에게 맞게 전향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의정 갈등이 낳은 의료공백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일인데 국민이 겪는 현실은 의사 없는 병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찾아다니다가 목숨을 잃고 지금은 아프면 안 된다는 국민의 불안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응급의료 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인조차도 이제는 더 버틸 수 없다고 말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비상 의료체계가 원활하다고 한다.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과 크게 다르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여야 정당, 의료 관계인, 환자 및 피해자가 한자리에 모여 작심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여야를 불문하고 많은 의원님이 크게 걱정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드는 일에 함께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28개 민생법안을 처리하고, 전날 11년 만에 여야 대표 회담을 하는 등 최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된 여야를 향해서도 각종 민생 현안에 대한 신속한 결과 도출도 주문했다.
우 의장은 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 육아휴직 확대,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기후 위기 취약계층 지원, 전기차 화재 대응 및 안전대책,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등 여야의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법안 등을 언급한 후 "여야가 공히 약속한 일부터 신속하게 해나가면서 민생을 끌어안는 국회를 만들어가자"고 요청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자영업자, 가맹점, 대리점, 플랫폼입점업체 등 경제주체에 교섭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힘의 균형'을 만들어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 의장은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도 "21대 국회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여야는 보험료율 인상 폭에 사실상 합의했다"며 "어렵게 만든 결과를 원점으로 돌리지 말고 기왕에 합의된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22대 국회를 '기후 국회'로 만들자"면서 조속히 국회 기후특위를 설치하고, 관련 법안 심사권과 예·결산 심의권을 특위에 부여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 위원회로 만들자고 언급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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