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스트레스 DSR 2단계 첫 날…은행 창구 '폭풍전야'

이세미 2024. 9. 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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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예고한 영향으로 아직 '잠잠'
이달 가계부채 변화 보일까 '촉각'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무리해서 대출을 받으려는 분들은 없다. 창구 직원 입장에선 금융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된 첫 날인 2일, 서울의 한 은행 지점의 은행원은 한 숨을 돌리며 이같이 말했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막상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이 시행된 당일은 생각보다 한산하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예고하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공론화됐고, 관심 있는 차주들은 어느 정도 내용을 인지하고 있어 대출을 미리 받아갔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지난 7~8월 초까지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을 미리 받았던 고객들이 많아서 이날 지점이 크게 붐비지 않았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은행 지점에는 공과금 납부 등 일상적인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날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이 시행되면서 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특히 규제 강화로 수도권 중심의 주택담보대출는 더 크게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미래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실제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이날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DSR 산출 시에는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는 0.75%포인트(p), 은행권 수도권 주담대에는 1.2%p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예를 들어 연소득 6000만원인 수도권 대출자가 은행에서 30년 만기 변동금리(대출이자 연 4% 가정)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한도는 3억6400만원으로, 규제 시행 전인 4억1900만원보다 약 5500만원이 깎일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조건으로 비수도권 주담대 한도는 3억8300만원으로 규제 시행 전과 비교해 3600만원 줄어든다.

금융권은 9월이 가계부채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도입에 앞서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에 따라 줄줄이 대출 문턱을 높여왔던 터였다. 정부와 금융사들의 이 같은 조치들이 향후 주담대 수요를 억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과 주담대 증가 폭이 동시에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보다 9조6259억원 불었다. 5대 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시계열 가운데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도 568조6616억원으로 7월 말보다 8조9115억원 늘었다. 이는 2016년 이후 최대 월간 증가 규모다.

신용대출도 102조668억원에서 103조4562억원으로 한 달 만에 8494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대출까지 최대한 끌어 쓰면서 3개월 만에 반등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새 대출규제 시행 이후에도 가계부채 급증세가 멈추지 않으면 10월 이후 전세대출이나 정책모기지 등으로 DSR 적용 범위 확대를 검토하는 등 추가 규제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4일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가계부채 관련 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개최한다. 간담회에는 신혼부부, 무주택 또는 1주택 갈아타기, 신용대출 등 차주들의 애로사항,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장상황 진단, 가계대출 규제 방향 등에 대한 제언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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