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시민들, 네타냐후에 분노…"휴전하라" 70만 거리 시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가운데 6명이 시신으로 돌아오자 분노에 찬 이스라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보다 정권 유지를 위해 무리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은 시위에 발맞춰 2일(현지시간) 주요 공항과 도로를 봉쇄하는 총파업을 실시했다.
CNN에 따르면 시위 주최 측인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전날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전역에서 총 70만명이 시위에 나섰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달고, 빈 관을 메고 나와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땅굴에서 머리 등에 총상을 입은 인질 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군에 발견되기 약 48시간 전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다.
시민들의 분노가 네타냐후 정권을 향해 번지는 건 극우파와 연립정권을 구성 중인 네타냐후 총리가 내각 붕괴를 막기 위해 일부러 휴전 협상을 파행으로 몰고 간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지난달 29일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국경지대(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을 주둔키로 결정하는 등 하마스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협상안으로 내민 것을 근거로 든다. 하마스의 고위간부 칼리 알-하이야는 “네타냐후가 필리델피 회랑을 고집했고, 이스라엘에 붙잡힌 팔레스타인인들의 석방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텔아비브 시민 슐로밋 하코헨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네타냐후 정권이 인질의 생명이 아닌, 정권의 존속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그래서 ‘멈추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을 인질로 잡힌 한 어머니는 시위에 나와 “네타냐후는 인질이 모두 죽을 때까지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려고 한다. 네타냐후를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다. 예루살렘의 시위대는 총리실을 에워쌌다.
총파업에 항공·버스·전철·유치원 멈춰
이스라엘 내각 안에서도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군 장성 출신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내각회의에서 “인질들의 생명이 위협에 빠진다”며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군 주둔을 반대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당신은 하마스 지도자 신와르의 지시를 받고있다. 심지어 인질을 처형할 권한도 갖고 있다”고 비꼬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반면,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총파업이 “하마스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이를 금지하는 내용의 긴급 가처분을 법무부에 신청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그는 장관들에게 1일 “24~48시간 내에 하마스가 대가를 치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현지 언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결렬의 주된 이유였던 필라델피 회랑 확보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인질들의 죽음은 미국 대선의 이슈로도 부각됐다. 지난 31일 발견된 숨진 인질 6명 중 한 명인 허쉬 골드버그-폴린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에 있는 미국 국민에게 가하는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 하마스는 가자를 지배해선 안 된다”고 썼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카멀라 해리스 동지와 사기꾼 조 바이든이 형편없는 리더라서 벌어진 일”이라며 “총체적인 리더십 부재”라고 비난했다.
WP "인질 최소 70명 죽고 64명 생존 추정"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일까지 하마스에서 풀려나거나 시신으로 회수되지 않은 인질의 수는 97명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중 64명이 생존한 채로 가자지구에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 33명은 납치당시나 가자지구 내 억류 중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시신으로 발견된 6명 등 이스라엘군이 회수한 시신 37명을 포함한다면 지난해 10월 7일 납치된 인질 251명 중 최소 70명이 숨진 셈이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일부터 최소 9일간 군사작전을 부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가자지구에서 소아마비에 걸린 아기가 발견돼 10세 이하 어린이 65만 명에게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현지 의료기관들은 전쟁으로 보건의료 체계가 붕괴하자 25년 만에 가자지구에 소아마비가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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