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본토 공격 한달여만에 또 핵사용 위협…러 "핵교리 고친다"
러시아가 핵무기의 사용조건을 명시한 이른바 '핵 교리(doctrine)'를 바꿀 것이라고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전쟁 양상이 달라지면서 러시아가 핵 교리에 '핵무기 선제사용'을 명시화하는 등 핵 위협 수위가 더욱 올라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도발 확대에 대응해 "핵무기 사용에 대한 교리를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정 작업은) 진전된 단계에 있으며, 개정하려는 분명한 의지가 있다"며 "(이번 결정은) 서방 적대 세력의 긴장 확대 과정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0년 6월 러시아가 발표한 핵교리(러시아 핵 억제 정책 기본 원칙)에선 "적의 핵 무기 공격을 받거나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 받을 경우 핵 무기를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핵무기의 선제사용은 원칙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꾸준히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서방을 위협했다. 급기야 2022년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선제타격 개념을 러시아 안보를 위해 채택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월엔 "핵 교리는 살아있는 도구이며 우리는 주변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사용 가능성에 대해선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조건이 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본토 타격, 푸틴 '레드라인' 시험"
하지만 전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런 러시아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6일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를 급습한 것을 시작으로 1300㎢에 가까운 러시아 영토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푸틴 대통령의 '레드라인(한계선)'을 시험해 핵 억지력에 대한 기존 생각을 재검토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핵 보유 선언국이 다른 국가의 침공과 영토 점령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다.
랴브코프 차관의 이번 발언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나선지 한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 나왔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개정이 실제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가장 명확한 언급"이라고 짚었다.
다만 랴브코프 차관은 핵 교리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국가안보의 가장 중요한 측면에 대한 논의라는 점에서 작업 완료에 걸리는 시간을 답하긴 다소 어렵다"고 타스에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7일에도 핵 교리를 두고 위협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핵 교리 개정을 간접 시사했다. 러시아가 본토 공격까지 받은 상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경고였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의 공격 수위가 올라가면 러시아의 대응도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러시아의 레드라인이 허세였다는 게 드러났다"며 서방이 지원한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 해제와 추가 무기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서방의 개입이) 너무 지나치다"며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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