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나온 가장 폭력적인 영화"... 대체 어떻길래
[이학후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전을 마치고 돌아온 특수부대원 암리트(락샤 분)는 남몰래 사귀는 연인 툴리카(타냐 마닉탈라 분)가 인도 굴지의 운송 회사 사장인 아버지 발데브(하르쉬 차야 분)의 강압에 못 이겨 다른 남자와 약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략 약혼식을 치른 툴리카는 가족과 함께 뉴델리로 향하는 야간열차에 탑승하고 암리트도 연인을 되찾고자 동료 군인 바리쉬(아비쉑 차우한 분)와 뒤따른다.
▲ <킬> 영화의 한 장면 |
ⓒ (주)더쿱디스트리뷰션 |
요즘 인도 영화엔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젊은 계층의 서구적인 취향과 해외 시장의 입맛을 겨냥해 마살라를 벗어나거나 혹은 창의적으로 변형한 작품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중이다. 그 결과 <RRR: 라이즈 오어 리볼트>(2022)는 인도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고 SF 영화 <칼키 2898-AD>는 북미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샤룩 칸이 주연을 맡은 <자완>2023)과 미국과 인도의 합작 영화 <몽키맨>(2024) 같은 인도 액션 영화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 <킬> 영화의 한 장면 |
ⓒ (주)더쿱디스트리뷰션 |
<킬>은 막을 올리고 45분이 흐른 후에나 제목이 나온다. 영화를 2개로 나눈 것이다. 전반부의 암리트는 무장 강도를 죽인 동료를 나무라는 등 폭력을 절제하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연인 툴리카가 파니에게 살해된 다음부터인 후반부의 암리트는 무장 강도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살인 기계에 가깝다. 제목 <킬>은 악당들의 '살인'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복수심에 불탄 주인공의 '살인' 혹은 죽어버린 '내면'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영화는 시원한 복수의 카타르시스보단 도덕성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그 속에서 폭력의 순환을 탐구하길 시도한다.
미국의 대중문화 잡지 '버라이어티"는 <킬>을 "입이 딱 벌어지는 강렬한 액션의 향연!"이라고 평가했다. 영화는 열차라는 극히 제한된 무대에서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객실, 복도, 열차 위 등 내부와 외부를 오가며 공간을 훌륭하게 활용한다. 때론 조명을 달리하여 단조로움을 피한다.
액션의 잔혹함도 상당하다. 단순히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의 머리를 날려 버리고 심지어 산채로 불태워버리기도 한다. "인도에서 나온 가장 폭력적인 영화"란 평가가 전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액션+슬래셔 무비다. <존 윅> 프랜차이즈를 탄생시킨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과 라이온스게이트가 함께 리메이크를 결정했다는 소식인데 피비린내로 진동하는 잔혹한 액션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무척 궁금하다.
▲ <킬> 영화의 한 장면 |
ⓒ (주)더쿱디스트리뷰션 |
그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인 만큼 배우들과 3개월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으며 특수부대원인 주인공에겐 군사 전투 스타일을, 무장 강도단엔 각 캐릭터에게 어울리는 무술과 고유한 무기를 제작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칼과 총, 망치와 도끼 외에도 소화기, 문, 변기, 커튼, 손잡이, 라이터 등 기차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무기로 활용하여 볼거리가 풍성한 액션을 설계했다고 부연한다.
<킬>은 모두에게 즐거운 극장 경험은 아니다. 잔혹한 액션 영화이기에 불편할 수도 있거니와 거의 비슷한 기차 칸에서 다른 기차 칸으로 옮기는 상황을 반복적이라 느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물 간의 관계도 투박하고 악당들도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다. 악당의 동기 역시 약하다. 계급적 차별과 세대 간 분열 묘사도 얕은 단계에 머문다. 각본의 완성도가 높지는 않다는 소리다.
반대로 <존 윅> 시리즈, <레이드> 시리즈, <악녀>(2012), <헤드샷>(2016), <아토믹 블론드>(2017), <밤이 온다>(2018), <노바디>, <카터>(2022), <시수>(2023) 등 높은 수위의 '미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즐거운 극장 경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제목에 제대로 부응하니까 말이다. 오세영 무술 감독은 <킬>의 감상 포인트로 리얼한 액션과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꼽았다.
"어떤 배우도 전혀 대역 없이 모든 장면을 소화한 만큼 모든 장면이 진짜처럼 느껴질 것이다. 액션뿐 아니라 선량했던 특수부대원인 주인공이 무장 강도 집단들의 악행에 무겁고, 무섭게 변화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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