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부채 800조…'긴축 재정' 이어 공기업 허리띠 졸라맨다
정부가 '긴축 재정' 기조의 연장선에서 공공기관 허리띠를 졸라맨다. 2028년까지 공공기관 부채가 800조원에 이른다는 전망에 근거해서다. 공공기관이 가진 땅을 팔고, 예정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등 대규모 ‘재정 다이어트’에 들어간다.
기획재정부가 2일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한전)·한국가스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35개 중장기 재무관리 대상 공공기관의 자산이 2028년 1212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1040조6000억원) 대비 171조9000억원 늘어난다.
35개 공공기관의 2028년 부채 규모는 795조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올해 전망치(701조9000억원)보다 93조1000억원 불어난다. 몇몇 대형 공공기관이 상당수 부채를 차지하는 구조다. 2028년 기준 부채는 한전 127조원(부채비율 363.7%), LH 226조9000억원(232.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 비율은 올해 207.3%에서 2028년 190.5%로 16.8%포인트 내려간다고 예측했다. 부채 비율은 기업·기관이 자본 대비 보유한 부채 비율이다. 재무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통상 부채 비율이 200%를 넘기면 ‘부실기업(기관)’으로 본다. 2028년까지 공공기관 평균 재무 구조를 개선해 부실 기관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는 등 정부의 선심성 정책 사업에서 공공기관을 ‘2중대’ 격으로 동원하는 바람에 부채가 크게 늘었다”며 “(공공기관 부채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부담인 만큼 공공기관의 정부 의존도를 낮추고, 경영을 합리화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재무 구조가 취약한 한전과 발전 5사, 한수원, 지역난방공사, LH, 가스공사, 석유공사, 석탄공사, 코레일 등 14개 재무 위험기관의 부채 규모를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7조3000억원 줄인다고 발표했다. 부채 감축 목표를 지난해 목표치(42조2000억원)보다 15조1000억원 늘렸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산 매각(9조1000억원): 코레일 용산 역세권 부지 매각, LH 여의도 63빌딩 인근 미활용 부지 매각 ▶사업 조정(19조3000억원): 한수원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 조정, LH 공공주택 민간건설사 참여 확대 ▶경영 효율화(11조9000억원): 한전 석탄발전상한제 한시적 완화, 가스공사 동절기 수요감축 프로그램 운영 ▶수익 확대(6조2000억원): 가스공사 해외 자원개발 사업 투자비 회수 등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정부가 강수를 둔 건 불어난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어서다. 중앙·지방정부 빚을 더한 국가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일반 정부 부채(D2)는 2022년 기준 1157조 2000억 원이다. 비금융 공공기관 부채까지 더한 공공부문 부채(D3)는 1588조 7000억 원에 달한다. 2019년(1132조 6000억 원) 대비 456조 1000억 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D2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8.7%에서 2021년 51.3%, 2022년 53.5%로 올랐다. D3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6.0%에서 2021년 68.9%, 2022년 73.5%까지 늘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공사채, 은행 대출 등을 실질적으로 보증하기 때문에 D3를 사실상 국가부채로 볼 수 있다. 급증하는 공공기관 부채를 국가보증 채무에 포함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수영 기재부 재무경영과장은 “공공기관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이행 노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이행실적을 점검·평가해 공공기관 부채가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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