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옳다"는 응원은 사주팔자보다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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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경 기자]
살면서 총 3번의 사주를 봤다. 내가 돈을 내고 사주를 보러다니는 걸 가장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바로 나의 모친인데, 사실 나는 엄마가 살면서 사주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 그렇게 굴곡진 삶을 어떻게 다 수용하며 칠십 평생을 버텨냈는지.
엄마랑 함께 모은 재산을 아버지가 탕진하고 방황할 때, 곰팡이가 피는 단칸방에 네 식구가 모여 살며 서로를 미워할 때...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인지, 언제쯤 좋은 시기가 오는지 궁금하지 않았을까? 뭐 하러 그런 걸 돈 주고 보냐고, 그럴 돈 있으면 엄마한테 주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물은 적이 있다.
"엄마, 궁금하지 않아? 엄마 인생이 왜 그렇게 힘든지. 사주풀이라도 한번 들어보시지 그랬어?"
"그거 들어서 뭐혀. 안 좋은데 좋다고 하면 사기꾼이고 지금보다 더 안 좋다고 하면 속만 더 시끄럽지. 새끼들 놔두고 콱 죽을 수도 없고."
엄마는 두려웠던 거다. 안 그래도 버거운데 앞으로도 암흑 속이라고 하면 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사주 같은 거 보지 않고도 이게 자신의 팔자려니 여기며 살아온 거다.
"나는 여기 코 아래로 복이 많댜. 말년에 운이 좋다고 옛날에 어떤 할매가 지나가매 그려. 묻지도 않았는데 집이는 말년에가 편하다고."
▲ 삶은 언제나 물음표로 가득하다 |
ⓒ 픽사베이 |
심지어 부모님도 내가 강사 일을 계속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1년 내로 결판을 짓겠다며 계획도 미리 다 짜두고 결심도 굳혔으며 심지어 자신도 있었는데. 마침 친한 친구가 사주 잘 봐주는 곳을 소개 받았다면서 같이 가지 않겠냐고 했다. 친구는 유학을 준비 중이었다.
두 번째는 결혼 후 남편의 퇴직을 앞두고였다. 여러 사정으로(결정적으로 남자의 육아 휴직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었는데 한 집안의 가장이 직장을 그만두는 건 가족 전부에게 큰 도전이었다.
나는 무조건 찬성했지만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 양가 부모님부터 직장 동료, 친구들이 하는 걱정의 말을 많이 들어야 했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직을 한다는 건 생계 곤란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고심 끝에 남편은 예정했던 대로 사직서를 냈고 그 다음날 우리는 사주를 보러 갔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에 사주를 봤다. 직장 동료 한 명이 먼저 다녀왔고 줄줄이 소시지처럼 다른 동료들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곳'에 다녀온 뒤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게 다녀온 동료들의 공통된 후기였다. 앞서 두 번의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흔쾌히 '줄줄이'에 엮여보기로 했다, 여전히 재미를 이유삼아.
예상했던 대로 특별하거나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나는 공부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유형의 사람이고 예술적 재능이 많아 그림이나 글, 요리 쪽에 관심이 많아 사부작사부작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보다 앞으로 더 잘 풀린다고도 했다(재물 운이 많지는 않다는 말에는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나왔다).
▲ <무엇이든 물어보살> 한 장면. 인생의 정답을 알면 참 좋겠다. |
ⓒ KBS JOY |
삶은 가보지 못한 길을 탐험하는 여정이고 선택의 연속이다. 이게 정답이라고 알려주는 이도 없고 오로지 스스로 개척해야 하며 그 책임 또한 자신에게 있다. 불안함과 불확실함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발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의지하고 싶어진다. 사주풀이를 들으러 가는 건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 나는(친구도, 남편도, 직장 동료들도) 나아갈 방향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미래를 향한 발걸음에 지지와 응원이 필요했을 뿐이다. 부정의 말 대신 네 생각이 맞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돈과 시간을 들여 사주풀이라도 들으러 간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리고 무엇보다 잘 살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주변에 걱정보다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면 사주풀이 같은 건 애초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격려와 응원이 간절한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긍정의 말을 보태주시라. 도둑질을 한다거나, 사기를 친다거나 하는 나쁜 길로 들어서겠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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