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안 한 이진숙, 나중에 용산에서 후회할 것"

이영광 2024. 9. 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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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조능희 전 MBC 플러스 사장

[이영광 기자]

법원이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7월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임명받자마자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진을 교체했다. 이에 현 방문진 이사진은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을 지적하며 선임된 이사들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냈고 법원은 지난 8월 26일 인용 결정했다.

방문진 이사 공모에 응했던 지원자들도 효력 정치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은 방문진 이사들 가처분 신청만 인용하고 지원자들의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다. 지난 8월 28일 서울 용산역에서 방문진 이사에 지원했던 조능희 전 MBC 플러스 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조 전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방통위 직원들로부터 '엉터리 선임' 실토 계속 나와"
 조능희 전 MBC 플러스 사장
ⓒ 이영광
- 법원이 새로 선임된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효력 정지를 받아주며 정권의 MBC 장악 기도에 제동이 걸렸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MBC에서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또 사장 노릇을 해서 MBC를 그때처럼 망가뜨리면 구성원들은 어떻게 싸우고 시청자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일단은 다행이죠. 광복절에 박민 사장의 KBS에서 벌어진 '나비부인 기미가요', '이승만 찬양 다큐멘터리' 논란 같은 것이 MBC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영방송은 앞으로 이 땅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입니다. 다행히 MBC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지요."

- 이번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방통위를 2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은 임시방편이고 결국 해소될 줄 알았어요. 왜냐면 방송통신부가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잖아요. 방송통신부라면 장관과 차관 둘이 해도 돼요. 근데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조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 부위원장 둘이 운용하는 게 아니고, 방송의 특수성과 공익성을 고려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책을 결정하라는 것이거든요. 총선도 끝났고 여야 협치 분위기도 있었고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말도 했으니까 제대로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죠.

그런데 방문진 이사 공모할 때까지 그대로였잖아요. 제가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그런 불법 판에 들러리 서지 말라는 충고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MBC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방문진에 지원하려고 저로서는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그런 불법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어서 지원하기로 했지요. 사실 저는 이진숙이 방통위원장 될 줄은 몰랐어요.

저는 행정법원이 우리 가처분을 받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2인 방통위는 불법인데다가 또 이진숙 임명 동의 청문회 외에 세 번 더 방송 장악 청문회를 하면서 방통위 직원들로부터 엉터리로 선임했다는 실토가 계속 나왔거든요."

- 법원의 결과 보고 기분이 어땠어요?

"저는 새로 선임된 이사들의 취임이 정지되리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너무나도 명백히 불법이었거든요. 다만 이사 지원자로서 우리가 신청한 것은 재판부에서 기각되고, 기존 이사들이 신청한 것은 다른 재판부에서는 인용됐습니다. 결국 효과는 같으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은 있지요. 그럼에도 역시 법원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고, 역시 우리나라가 여전히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에 안도했지요.

법원이 삼권분립 정신 훼손한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난리 치는데, 그 사람들은 초중고 사회 수업도 안 들었나요? 삼권분립이 뭐예요? 서로 견제하라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만든 거잖아요. 저 사람들은 삼권분립을 거꾸로 배웠어요."

- 이게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고 판결은 아니잖아요, 때문에 2인체제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건 아니지 않냐고 할 수도 있는데요.

"재판부가 보기에 2인 체제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날 여지가 있으니, 본 소송 1심 판결 후 30일까지 효력을 정지하라는 것입니다. 법원이 보기에는 나중에 위법으로 판결 나면 신청인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니까 일단 그때까지 새로 선임된 이사들 취임하지 말라는 것이죠. 위법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저 외에 2명의 지원자의 신청을 기각한 우리 재판부 결정문에도 있어요. 확신하건데, 결국 위법 판결 나올 겁니다."

- 방통위는 항고한다던데 항고해서 뒤집힐 수도 있잖아요?

"이 다툼은 앞으로 두 트랙으로 가요. 하나는 가처분 결정에 대해서 고등법원에 상소하는 항고와 그리고 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과 동시에 제기한 무효 확인 본안 소송. 항고는 고법을 거쳐 재항고로 대법에서 확정되는데, 인용 결정이 번복된 예는 거의 없답니다."

- 어쨌든 PD님 등이 낸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잖아요. 아쉬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아쉽기는 하지요. 우리 재판부 결정은, 앞으로 본 소송에서 불법이 확정되어 이사 선임이 무효가 되면 신청자들은 그때 다시 지원하면 되니 지금 당장 '회복 불가능한 손실'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기각했어요. 일반 공기업에서 이사는 언제 해도 그게 그거지만, 공영방송 이사는 다르거든요. 사장을 불법적으로 교체한 후 이사가 되는 것과 사장을 새로 선임하기 전에 이사가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인데 그런 고려가 없는 것이죠. 그러나 다른 재판부에서 인용되어 효과는 같으니 저 하나 아쉬운 게 뭔 문제겠어요."

- 국회에서 언론 장악 청문회를 했잖아요. 그게 이번 결정에 영향 줬을까요?

"영향이 컸다고 봐요. 저는 세 번의 언론 장악 청문회에 모두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하면서 지켜봤는데, 매번 할 때마다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방통위 고위 관료들로부터 나왔거든요. 증인으로 나온 공무원들은 국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고발돼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 받으면, 공무원 연금이 감액됩니다. 그래서 국회 청문회가 중요한 것이지요."

- 이전 방통위원장들은 국회에 탄핵이 보고되면 사퇴했지만, 이진숙 위원장은 안 했죠. 이 위원장은 결과 보고 후회할까요?

"저는 이진숙 위원장의 그동안 행태로 볼 때, 보수 정권이나 보수의 가치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자면 김홍일 위원장이나 이동관 위원장은 탄핵 당했을 때 다음에 올 사람 위해 재빨리 사임했잖아요. 그런데 이진숙 위원장은 그럴 사람 아니라서 나중에 용산에서 후회할 거라고 생각해요."

- 그럼, 이 위원장은 정권이 판단해서 안 물러난 게 아니라 개인적 판단이라고 보세요?

"아닐 가능성이 더 많을 겁니다. 원래는 원 포인트 위원장이란 소리가 있었는데 이 위원장은 이 기회를 버리지 않았을 겁니다. 자기가 장관급 위원장이 됐는데 쉽게 그 자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오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용산 입장에서는 방통위를 그동안 자기들이 임명한 두 사람만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합법적'이라며 억지로 운영했는데, 탄핵으로 위원장 업무가 정지되면 방통위는 아무것도 못 하거든요.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식물위원회'가 되는데, 용산에서 그런 상태를 원하겠어요? 방통위 업무가 방송장악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 이진숙 위원장 단독 플레이가 가능할까요?

"방통위원회 위원장은 임기가 있습니다. 자기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확실한 이유가 없는 한 바꾸지 못합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되었던 한상혁 위원장 보세요. 정권이 바뀌었어도 윤 대통령이 바로 해임 못 했잖아요. 임기 두 달 남겨 놓고 검찰에 기소됐다는 핑계로 겨우 면직되었거든요. 이렇게 방통위원장은 다른 장관들과 달리 맘대로 바꾸지 못하는 자리입니다. 아마 용산에서는 혹 달았다거나, 더 심한 말을 하자면, 코 꿰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이건 순전히 제 개인 생각이에요."

- 이 위원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MBC를 사담 후세인 같이 외부에서 무너뜨려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공영방송사를 무너뜨린다? 그렇게 해서라도 방송과 언론을 정권이 장악해야 된다는 파시스트적 발상이죠. 언론을 어떻게 하든, 자기들 밑에 놓고 권력이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방송해야 한다는 생각이 방송통신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지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전체주의적 생각이죠. 그런 인터뷰를 아무런 반박 없이 실어주는 언론도 한심하고요."

"우원식 방송4법 중재안, 거의 유일한 방안"

- MBC가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장악한 노영방송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냥 웃지요. 노영방송이라는 말은 전 세계 어느 언론학 교과서에도 없는 말이에요. 오직 한국의 극우 세력들이 만들어 퍼뜨린 정치 용어입니다. 노영방송이 뭔지 자기들도 정의를 잘 못해요. 처음엔 노조위원장 출신이 사장과 임원이 되었으니 노영방송이라고 그랬어요. 최승호, 박성제 사장과 제가 노조위원장 출신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시절에 자기들이 임명한 MBC 사장과 임원들도 노조위원장과 노조 간부 출신이에요. 이들이 MBC를 장악할 때 MBC가 노영방송이라는 소리 안 했지요. 그리고 현재 MBC의 안형준 사장은 노조위원장은커녕 노조 간부도 아니었습니다. 근데 지금은 MBC가 노영방송이래요. 웃기는 소리입니다."

- 민주노총과 언론노조 규약에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것이 있고, 그래서 MBC 언론노조는 정치적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언론노조 규약인지 강령인지에 그런 말이 있다는 걸 저도 잘 몰랐어요. 일반 조합원들은 더욱더 관심 없을 겁니다. 그런 강령과 규약은 대한민국 노동법에서 허용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MBC 노조가 정치적이라고 하는 것은 같은 언론노조 산하 SBS 노조가 정치적이라는 것과 똑같은 말이지요. 웃기잖아요.

애초에 MBC에서 1987년 방송사 최초로 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전두환으로 상징되는 국가권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송 독립 언론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은 40년 전 동아투위 때도 그랬어요. 중앙정보부 직원이 동아일보사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기사에 간섭하던 박정희 시절에도 선배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기자뿐 아니라 아나운서 PD들과 함께 자유언론을 외치며 싸웠어요.

MBC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하니까 당시 경영진들은 임금이나 휴가 등 근로조건을 위한 파업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파업이라면서 탄압했어요. 그때부터 이미 MBC 경영진과 정부는 'MBC 노조는 정치적이다'라는 말을 만들어 온 것입니다.

하지만 창립 이후 MBC 노조가 파업을 약 15번 정도 했는데, 단 한 번도 임금 때문에 파업한 적 없습니다. 모두 공정방송 하자고 파업했지요. 그때마다 경영진들은 파업하는 조합원들 겁박하며 정치파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싸움의 결실로 결국 2022년에 대법원은 '공정방송도 근로조건'이라고 판결했거든요. 이것이 'MBC는 노영방송, MBC 노조는 정치적'이라는 말의 실체입니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승호, 박성제, 어디 정의당이나 민주당에 가입해 정치했나요? 오히려 김재철 이진숙 김장겸이 국민의힘 쪽에 줄 서서 공천 신청하고 출마하거나 국회의원 되지 않았나요? 도대체 누가 정치적인가요?"

- 윤석열 정부 방송 정책은 어떻게 보세요?

"이명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 정책을 계승하면서 더 악랄해졌다고 평가하죠. YTN을 민영화하고 KBS에 박민 같은 사람 꽂아 넣는 건 이명박근혜 정권도 안 하고 못했던 짓입니다. KBS와 YTN의 신뢰도 공정성 등은 각종 조사에서 급락하고 있거든요. KBS가 망가지는 것 보세요. 저런 지경이면 나중에 회복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겁니다."

-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송4법 중재안을 냈는데 어떻게 보세요?

"대단히 바람직한,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2인 방통위 체제의 위법성을 또 한 번 더 지적했어요. 그렇다면 이진숙 위원장이 설사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에서 살아 돌아오더라도, 방통위는 아무 결정도 못 해요. 방통위가 일을 하려면 5명으로 온전히 구성해야 되는데, 나머지 3명은 국회가 추천해야 되거든요. 국회 본회의에서 3명을 추천하려면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방통위원회가 정상으로 구성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칼자루는 민주당이 쥐고 있는 것이지요.

방통위는 방송 장악뿐만 아니라 할 일이 많아요. 민생 관련해서 AI 관련 통신 정책도 만들어야 하고 할 일이 많은데 스톱 됐어요. 결국 정부여당과 야당이 타협해야 방통위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원식 의장이 여야가 타협해서 단일안을 만들라고 주문한 것이고요. 저는 이 기회에 공영방송을 정치로부터 중립화하는 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방송 4법을 여야가 타협해서 서로 맘에 안 드는 조항은 빼고 고치고 하면서 단일안으로 만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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