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3주째 러 본토 진격…"러 핵공격 레드라인 넘을수도"
무기 사거리 계속 풀어달라는 우크라
우크라이나가 3주 이상 러시아 본토에 대한 진격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우크라이나군이 전략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쿠르스크주 일대를 공격 중이라 핵공격 조짐은 없지만, 러시아의 수도권 일대 안보가 위협받으면 언제든 핵카드를 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핵무기 보유국이 갖는 군사적 이점인 '핵 억지력'이 이번 전쟁에서 무너지면서 군비경쟁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 3주째 러 본토 진군…"푸틴 '레드라인' 발동 우려"1일(현지시간) 미국전쟁연구소(ISW)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쿠르스크주 점령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3주째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던 일부 병력을 돌려 쿠르스크주 일대로 재배치하고 반격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진격하지 못하고 있다. 양군은 쿠르스크주 일대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좀처럼 몰아내지 못하면서 러시아가 전황 역전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전 러시아 군비통제 협상가인 니콜라이 소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아무도 러시아의 정확한 레드라인(한계선)을 모른다. 그들이 정확히 제시한 적이 없다. 나중에 우리는 두달 전에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권에 대한 위협을 주권적 위협으로 여기고 있으며, 향후 우크라이나군의 본토 공격 성과가 이어지면 핵사용을 촉발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2022년 3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자국의 존속이 위협받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존 미국과 체결했던 핵협정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모두 깨진데다 러시아는 핵탄두 5900여기, 전술핵무기는 2000여기를 보유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전장상황이 더 악화되면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부터 단계별로 핵도발 수위를 높이며 미국과 서방에 군사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무기 사거리 제한 풀어달라" 서방 압박러시아의 핵카드 사용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과 서방에 러시아 본토를 더 강하게 타격할 수 있도록 지원무기의 사거리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의 공중 유도폭탄으로 6명이 숨지고 97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이러한 공격을 막으려면 러시아군 비행장과 기지, 병참을 공격해야한다"며 "우리는 장거리 능력과 장거리 포탄과 미사일에 대한 승인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8일 개최될 유엔총회에 참석해 미국 정부에 러시아 본토 타격을 위한 무기 사거리 제한 해제를 다시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사안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는 사거리 제한을 풀어주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미국과 독일 정부는 여전히 부정적 반응이다. 자칫 전쟁이 러시아와 서방간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대규모 핵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사용은 러시아와의 접경지역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핵보유국도 본토 피격…핵억지력에 대한 인식 변화하나그동안 본토침공을 당한 적이 없는 핵 보유국 러시아가 비핵국가인 우크라이나로부터 본토공격을 받게 되면서 그동안 현대 국방전략의 기본으로 여겨졌던 핵무기에 의한 전쟁억지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SJ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1950년대 이후 핵무기가 전쟁을 억지한다는 핵억지 이론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비핵국가가 핵보유국을 공격한다는건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75년간의 성공적인 전쟁억제가 있었다고 핵무기가 항상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푸틴 정권이 그동안 대외정책에서 예측 불가능한 군사도발이나 전쟁을 자주 감행했던만큼, 한동안 핵전쟁 가능성은 계속 제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토론토대학의 분쟁관리학자인 재니스 그로스슈타인 교수는 WSJ에 "푸틴 정권은 늘 예측불가능했으며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 이후 러시아 안팎에서는 전략적인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쪽과 진정시키려는 쪽의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며 "군사적 도발과 위협, 자제 등이 오고가며 한계를 서로 시험하고 핵공격 신호를 보내며 상대편을 압박하는 일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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