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극복 핵심은 '생산상 향상'…공정한 평가‧임금체계 구축해야"
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인적자원관리 전략 담아
저성장, 글로벌 경쟁 심화, 불확실성 증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기업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체적으로 근로자의 직무몰입을 끌어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 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평가 및 임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2일 ‘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인적자원관리 전략’을 주제로 정기간행물 ‘임금‧HR연구’ 2024년 하반기호를 발간했다.
경총은 저성장, 저출생·고령화, 디지털 전환 등 대변혁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하반기호 특집주제를 ‘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인적자원관리 전략’으로 선정해 인사관리 전반의 대응전략을 살펴보고, 국내외 기업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사점을 전달코자 했다고 설명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한보연 EY컨설팅 파트너는 “저성장, 글로벌 경쟁 심화, 초불확실성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생산성 향상은 기업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핵심 전략이자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HR 대응 전략으로 ▲적정인력 산정을 통한 전략적 인력계획 수립 ▲성과 차등 보상 및 직무급 도입을 통한 인건비 효율화 ▲인정과 보상을 통한 구성원 몰입도 향상을 제시하고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기업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인력과 자원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논단에는 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세부적인 인사관리 대응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여섯 필진의 글을 수록했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23년 발표한 갤럽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업무에 몰입한 근로자 비율이 12%로 125개국 중 107위, 몰입도가 심각하게 낮은 근로자 비율이 65%로 125개국 중 54위에 해당하는 등 우리나라 근로자의 직무몰입이 국제적으로 최하위 수준”이라며 “저몰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과나 생산성에 상관없이 임금과 복지를 과도하게 상승시켰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제자리임에도 평균임금을 상승시킨다면 임금발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을 통해 충족되지 못한 성취와 의미를 복지나 금전으로 보상받았던 X세대와 달리, 최근 일터의 주요 구성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는 물질적 성공, 일을 통해 얻는 성취와 의미 모두를 중시한다”면서 “이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공정한 보상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마음껏 실험하고 실수하며 성과를 내는 방법을 터득하여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은연 실리콘밸리 HR 포럼 회장은 생성형 AI 활용이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성형 AI를 사용해 단순히 인건비를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경영과 인사가 기술 혁신 속도에 맞춰 노동력의 빠른 성장을 주도하고, 시장의 니즈에 상응하는 인재를 확보하고 포용적인 문화 및 제도로 이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또, 생성형 AI 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 중 중장기적 인재유지를 목표로 주식보상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엔비디아(Nvidia), 다양성‧포용성이 있는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는 오픈에이아이(OpenAI) 등 해외 주요 기업 사례를 소개했다.
윤명훈 원티드랩 실장은 “리모트(원격) 근무가 미래의 근무방식이 될 것으로 예측됐던 팬데믹 시기와 달리,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사무실 근무가 재택근무보다 업무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기업들도 단순히 출근을 강요하기 보다는 직원들의 생산성과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종식으로 대면 근무를 시행한 이후 근로자들에게 공간 유연성보다는 시간적 자율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효과적인 근태관리 방안을 강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면서 단순히 근태 관리를 넘어 직원의 생산성과 업무효율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애플, 에어비앤비, 존슨앤존슨 등 주요 기업 사례를 소개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과거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저성과자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적극적 인사처분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으나, 최근 판례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저성과자에 대한 통상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해주고 있으므로, 기업들은 저성과자에 대한 적극적인 인사관리 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적법한 저성과자 인사관리 제도를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평가제도의 구축과 함께, 합리적인 저성과자 선정시스템 및 업무역량·성과향상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며, 적법한 저성과자 인사처분을 위해 취업규칙·단체협약 등 규정을 전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성진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는 “디지털 기술과 AI가 업무에 활용되면서 매출‧이익과 같은 전통적인 생산성 지표와 개별 구성원 활동의 연관성이 매우 낮아졌다”면서 “이제는 기업이 확보 가능한 구성원 개개인의 일과 경험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성과관리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피어나 핀터레스트 피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우수인재를 식별하고, 그들이 최상의 몰입 상태에서 자신의 역량과 포부를 충분히 발휘하며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생산성 제고를 고민하는 기업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례연구에는 상사와 부하의 정기적 ‘원온원’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인 SK하이닉스의 사례와 직원 의견조사 ‘마이보이스(My Voice)’를 통해 직원 몰입도 및 조직문화를 제고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의 사례를 소개했다.
현순엽 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2017년 HR 부문에서 원온원 도입을 시작했으며, 2018년 CEO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전사적으로 원온원을 도입했다”면서 SK하이닉스의 원온원 도입 과정 및 효과를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특히 “소통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으로 구성원 스스로 몰입·동기부여해 생산성을 향상시켜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은 SC제일은행 인사그룹팀장은 “온라인 직원의견조사인 ‘마이보이스(My Voice)’로 직원들의 의견이 조직의 의사결정과 방향성에 반영되게 해 몰입을 높이고 조직의 목표 달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 근로시간이 비약적으로 감소하면서 이제 OECD 평균에 근접했으나,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평가 및 임금체계 구축, 비효율적 업무 프로세스 개선, 근로자 업무 몰입도 제고를 위한 방안이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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