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백수 4백만 명 이상... 정말 심각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곽규현 기자]
얼마 전에 일도 안 하고 구직 활동도 안 하는 대졸 백수가 400만 명을 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들 중에 상당수가 2030 청년 세대라고 한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년층(15~29세) 가운데 '쉬었음' 인구가 전년 동월 대비 4만 2천 명이 늘어난 44만 3천 명으로 집계됐다고도 한다.
7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최대치다. 연령대를 30대로 확대하면 '그냥 쉬었다'는 인구는 73만 명이 넘는다니,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의 현실이 어떠한지 그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2030 자녀를 둔 부모로서 청년들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피부로도 느끼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4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 채용 상담 등을 위해 부스를 둘러보고있다. 2024.8.21 |
ⓒ 연합뉴스 |
좀 거리감이 있는 사이에서는 아예 자녀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혹시라도 자녀의 취업이나 결혼과 같은 걱정거리를 밝히기가 꺼려지는 불편한 마음을 서로 잘 알기 때문이다. 허물없이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도 간혹 자녀들의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지만, 요즘은 이런 대화가 신이 나기보다 오히려 마음이 더 착잡해질 때가 많다.
아내도 가끔 연락하는 친척이나 친구들과는 자녀 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되었다고 한다. 자녀들이 커서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취업 상황이 어려운 현실이라, 먼저 물어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렵게 물어보더라도 자식들이 잘 풀려서 기분 좋은 경우보다 자녀들의 앞날이 걱정이라는 이야기들이 더 많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한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앞으로는 잘될 거야' 하면서 희망적으로 다독이고 격려를 한다고도 하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이래저래 답답한 부모 마음이 남 일 같지 않다는 아내의 목소리에도 잔뜩 근심이 어려 있다.
청년 자녀들의 취업 양극화 심해
주변에서 잘 알고 지내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자녀 취업 상황을 보면 양극화가 심하다. 흔히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에 취직하여 활기차게 사회 생활을 하는 자녀들이 있기는 하다. 그들은 높은 연봉에 상대적으로 일하는 여건도 좋아 자녀의 직업 만족도가 높고 부모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인턴이나 알바, 계약직 같은 비정규직, 혹은 중소기업을 전전하면서 불안하게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자녀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임금도 낮고 노동 조건도 좋지 않아서 자녀나 부모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 조금이라도 나은 일자리를 찾아 구직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더욱 큰 걱정거리는 통계 자료에도 드러나다시피 아예 구직 활동조차 안 하는 자녀들이다. 주위에 쉬고 있는 자녀들의 부모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녀들이 처음부터 일을 안 하거나 구직 활동을 안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나름대로 취업 준비도 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도 했는데, 여의치가 않았다는 거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할 수 없이 원하지 않는 일자리에 억지로 들어가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온다고 한다. 일자리 불만이 쌓이고 뚜렷한 돌파구가 없으니 노동 의욕이 꺾이고 구직 활동도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창 경제활동을 할 나이에 쉬고 있는 자식을 보는 부모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자녀의 불안정한 경제활동이 장기화되거나, 부모에게 의지하여 자녀가 쉬고 있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자녀들의 취업과 소득이 불안정하면 결혼과 출산도 늦추어지거나 생각하기 어려워진다. 한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식들의 나이는 들어가는데 불안한 일자리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 더 답답할 따름이다. 청년들의 암울한 경제 현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 본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다.
▲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와 구글이 함께하는 '2024 새싹(SeSAC) 잡 페스티벌'에서 참관객들이 관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4.8.2 |
ⓒ 연합뉴스 |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기업, 전문직, 공무원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며, 늘리는 것도 아주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노동 조건의 차이를 줄여가야 한다. 그래야만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가 있다.
청년들이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일하든 열심히 일하면, 그에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사회가 되기를 염원한다. 청년들이 노동 의욕을 가지고 왕성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해야만 국가 경제도 발전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역동적으로 산업 현장에서 땀흘리게 하는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를 비롯한 기성세대의 몫이다. 청년의 미래가 곧 국가의 미래다.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웃으면서 청년 자녀들의 성장과 발전 과정을 즐겁게 지켜보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는 35번, 아니 '5·18 성폭력 증언자' 대표 김복희
- 저커버그의 후회, 펄쩍 뛴 머스크... 텔레그램의 운명은?
- '윤석열 특활비' 불법의혹 셋, 검찰총장 후보는 답하라
- [손병관의 뉴스프레소] 문재인 딸 수사에 '김정숙' 거론한 조선일보
- 민정수석실은 도대체 왜 부활한 건가
- 멀쩡한 활주로에 구멍 뚫고 방산전시회?
- 용암에도 살아남는 독한 녀석들을 볼 수 있는 곳
- '계엄령' 절대 아니라는 여당... 한동훈 "근거 없이 국기문란"
- 경남 딥페이크 성착취물, 7월까지 17건 "아는 사이서 발생 많아"
- 민주당 "지금은 군이 아닌 검찰에 의한 계엄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