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비리 혐의 체포된 대만 '제3후보' 커원저, 일단 석방
부동산 비리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던 대만의 제3당인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대표가 2일(현지시간) 법원 결정에 따라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석방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청렴 이미지가 훼손된 커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추락하면서 대만 정계가 민진·국민 양당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타이페이 지방법원은 2일 오전 커 대포에 대해 보석금 없이 석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심각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앞서 커 대표는 지난달 31일 새벽 검찰 조사 중 야간 심문을 거부하고 귀가를 요청했고, 이에 검찰은 그를 전격 체포했다. 커 대표는 지난 타이베이 시장 재직기간(2014~2022년) 쇼핑센터인 징화청(京華城)의 용적률이 560%에서 840%로 늘어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혐의로 체포된 펑전성(彭振聲) 전 타이베이 부시장은 구속 상태다.
지난 5월부터 대만판 공수처격인 염정서와 공조해 징화청 사건을 수사하던 타이베이 지방검찰청은 지난달 30일 수사팀을 7개 조로 나눠 커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 민중당 중앙당사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와 함께 커 대표와 펑 전 부시장을 피고인 신분으로 소환했고, 부인인 천페이치(陳佩琪)와 셰샤차오(謝夏喬)를 증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천페이치와 셰샤차오는 조사 후 귀가했다.
커 대표는 지난 1월 총통선거에서 “작은 풀(小草)”로 불리는 MZ 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369만표(26.46%)를 득표하면서 2028년 대권의 유력 후보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과반수 정당이 없는 여소야대 의회에서 8석으로 캐스팅보트를 차지하면서 제1야당인 국민당과 공조해 라이칭더(賴清德) 민진당 정부를 견제해왔다.
커 대표는 석방 직후 법원 앞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커 대표는 "검찰이 압수한 휴대폰과 하드드라이브 속 정보를 이용해 이야기를 꾸며냈다"며 "이틀 동안 극도의 압박과 학대를 당했다"고 비난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민중당은 체포의 계기가 된 출처 불명의 현금 700만 대만달러(약2억9000만원)가 부인 천페이치 부친으로부터 받은 유산이라며 주장했다. 커 대표의 여동생 커메이란(柯美蘭)은 1일 페이스북에 "(커원저가 체포된) 8월 30일은 정부가 사법권과 경찰권을 이용해 증거도 없이 야당 지도자를 체포한 독재정권이 시작된 날"이라며 "민주는 이미 사망했고 커원저는 첫 번째로 희생된 열사"라고 주장했다.
석방에도 불구하고 커 대표의 정치적 위상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전문가인 오가사와라 요시유키(小笠原欣幸) 도쿄외국어대 명예교수는 홍콩 성도일보에 "이번 사건으로 구의 참신하고 청렴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민중당 지지율이 이미 10% 추락했다"며 "대만의 제3세력인 민중당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외부에서는 대만 정계가 과거 국민·민진 양대 정당 체제로 돌아갈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국민당은 집권 민진당을 비난했다. 리옌슈(李彥秀) 국민당 입법의원은 "민진당이 야당분열, 각개격파, 라이 총통 반대자 멸망을 기도한다"며 "국민당과 민중당은 협력하면서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 총통은 위법 행위가 있다면 수사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1일 한 TV 인터뷰에 출연한 그는 "당파나 사람과 관계없이 단지 법을 위반했다면 검찰은 법에 따라 수사 처리해야 한다"며 "행정부는 독립된 사법부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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