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0점을 줄 순 없는 중기부의 ‘세일즈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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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 L7호텔에서 우리 중소기업 수출상담회를 열었다.
상담회에선 국내 중소기업 80개사가 동남아시아 6개 국가 현지 바이어 80곳에 자사 제품을 소개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소상공인의 동남아 진출 지원을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상담회는 오 장관이 챙긴 중요한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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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 L7호텔에서 우리 중소기업 수출상담회를 열었다. 상담회에선 국내 중소기업 80개사가 동남아시아 6개 국가 현지 바이어 80곳에 자사 제품을 소개했다. 중기부는 여기에서 1288만달러(약 171억원) 규모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는 '행사 성공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쉬움도 느껴졌다. 우선 해외 바이어와 만나는 자리임에도 통역 지원이 안 됐다. 한 화장품 회사는 상담 테이블 위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자체적으로 급히 섭외한 원격 통역사와 영상 통화를 하며 현지 바이어와 미팅했다. 이 회사 대표는 "상담회 당일 아침까지 통역 지원 여부에 대한 답을 중기부에서 듣지 못했다"며 "결국 행사가 열린 하노이가 아닌 호찌민에 있는 아는 통역사에게 급하게 연락해야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 중소기업과 연결해 줄 현지 기업 섭외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화장품 회사 대표는 "바이어에 대한 상세 정보가 부족해 우리 제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며 "손이 큰 대형 바이어는 따로 있는데 연결이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 상담회는 중기부가 매년 주관하는 중소·소상공인 제품 판촉 행사인 '동행축제'를 처음으로 해외에서 열며 개최한 행사였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소상공인의 동남아 진출 지원을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상담회는 오 장관이 챙긴 중요한 행사였다.
오 장관은 양국 출장 일정 내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며 일정을 소화했고, 방문국 정부에 최선을 다해 협력을 청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이 참석한 지난달 28일 제1차 한국·베트남 중소벤처위원회 회의에선 예정 시간이 거의 끝났을 때 손을 불쑥 들었다. 회의장 내 양국 관료와 기업인, 기자 등 120여명이 오 장관을 쳐다봤다. 그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응우옌찌중 장관님, 잠시 시간을 내어 한국의 혁신기업이 소개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라고 부탁했다. 이날 회의에는 원래 우리 혁신기업이 기획투자부 장관 앞에서 직접 발표하기로 돼 있었지만 회의가 길어지면서 발표를 생략하게 됐다.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에는 절실했던 기회가 날아가게 된 것이다. 오 장관은 이 상황을 놓치지 않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중기부는 이런 노력의 결과 싱가포르에서 3780억원의 투자 유치를 성사시켰고, 베트남 수출상담회도 성황리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 장관이 과거 대사를 지낸 베트남에선 외교 네트워크를 돌려서 베트남 정부를 직접 설득했다고 한다.
외교관 출신이라는 전문성을 발휘해 해외를 발로 뛰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하노이 수출상담회의 허점을 보면 이번 싱가포르·베트남 출장에 '100점'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 장관은 이번과 같은 중소기업 해외 진출 이벤트를 계속 추진할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그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기업의 성과야말로 현장에서 결정된다. 앞으로는 현장 디테일까지 완성도를 높여서 '100점'을 받는 중소기업 정책을 기대한다.
하노이=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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