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 미친 어느 재벌의 집착과 광기
[양형석 기자]
스타 감독과 스타 배우의 만남은 동서를 불문하고 화제다. 할리우드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는데 지난 2004년에 개봉한 <에비에이터>는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최고의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두 번째로 만난 영화였다.
▲ <에비에이터>는 아카데미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5개 부문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
ⓒ 코리아픽쳐스(주) |
1969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난 블란쳇은 호주에서 연극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정도로 일찌감치 뛰어난 연기를 인정 받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영화 활동을 시작한 블란쳇은 1998년 세자르 카푸르 감독의 <엘리자베스>에서 엘리자베스 1세 역을 멋지게 소화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수상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기네스 펠트로).
당시 기네스 펠트로의 아카데미 수상은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블란쳇은 이를 계기로 더욱 연기 활동에 매진했다. 2000년 영화 <리플리>에 출연한 블란쳇은 2001년부터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로슬로리엔의 귀부인 갈라드리엘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블란쳇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피터 잭슨 감독이 만든 <호빗> 시리즈에서도 다시 한 번 갈라드리엘을 연기했다).
블란쳇은 2004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에비에이터>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연기호흡을 맞췄다. 블란쳇은 <에비에이터>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4회 수상에 빛나는 전설의 여배우 고 캐서린 햅번을 연기했다. 블란쳇은 캐서린 햅번의 전성기 시절 영화들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며 그녀의 습관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블란쳇은 200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블란쳇은 <에비에이터>를 시작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단골손님'이 됐다. 2007년에는 <노트 온 스캔들>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2008년에는 <골든 에이지>(여우주연상)와 <아임 낫 데어>(여우조연상)로 동시에 후보에 올랐다. 아쉽게도 당시엔 수상에 실패했지만 블란켓은 2014년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을 통해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블란쳇은 연기파 배우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2015년 <신데렐라> 실사영화에서 신데렐라의 계모를 연기했고 마블의 <토르: 라그나로크>에서는 헬라 역을 맡기도 했다. 2018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2020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될 정도로 세계적인 배우로 인정 받고 있는 블란쳇은 아카데미 수상자(캐서린 햅번)를 연기해 아카데미 트로피를 수상한 최초의 배우로 기네스에 올라있다.
▲ 디카프리오는 <에비에이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도전이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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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세이지 감독의 <에비에이터>는 2005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디파티드>는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하지만 정작 디카프리오는 2005년과 2007년 남우주연상 후보에만 이름을 올렸을 뿐 정작 수상은 하지 못했다(심지어 2007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디파티드>가 아닌 <블러드 다이아몬드>였다).
비록 고대했던 아카데미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디카프리오는 <에비에이터>에서 실존 인물인 고 하워드 휴즈 역을 맡아 엄청난 열연을 선보였다. 디카프리오는 <에비에이터> 이전까지 한 번도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적이 없었는데 하워드 휴즈의 젊은 시절을 재연하기 위해 연기 수업을 받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2005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레이>의 제이미 폭스가 수상했다.
영화 <에비에이터>에서는 하워드 휴즈가 개발한 비행기로 직접 시험 비행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 장면이 나온다. 하워드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심한 화상을 입고 스스로를 어두운 곳에 가둔다. 하지만 하워드는 폐인이 된 상황에서도 비행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다. 영화에서도 디카프리오에 의해 잘 표현되는 것처럼 하워드 휴즈는 비행기에 있어서 '진심'으로 미쳐 있었던 인물이었다.
20세기 초 미국을 대표하는 재벌 겸 사업가 겸 파일럿 겸 영화 제작자였던 하워드 휴즈는 영화<에비에이터>에서도 강한 개성과 뚜렷한 취향을 가진 인물로 표현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2000년대 초반 하워드 휴즈를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구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스코세이지 감독의 <에비에이터> 제작 소식을 듣고 다른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작품이 바로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였다.
▲ 진 할로우 역의 그웬 스테파니(오른쪽)는 1990년대 인기밴드 노다웃의 보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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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는 영화 초반 영화 <지옥의 천사들>에 출연할 신인배우 오디션을 하면서 어린 10대 소녀를 발굴하는데 그녀가 바로 1930년대 짧고 굵게 활동하고 만 26세의 나이에 요절한 고 진 할로우였다. 할로우를 연기한 배우는 1990년대 록밴드 노다웃의 보컬로 활동했던 그웬 스테파니였다. 1990년대 팝송을 즐겨 들었던 관객이라면 1995년에 발매됐던 노다웃의 대표곡 < Don't Speak >를 기억할 것이다.
볼드윈 4형제의 맏형이자 60대 중반이 된 2020년대에도 중후한 매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알렉 볼드윈은 <에비에이터>에서 하워드 휴즈의 라이벌 회사 펜암의 대표 후안 트립을 연기했다. 트립은 국제선 운영권을 독점하면서 국내선을 독점하고 있는 하워드의 항공회사를 인수하려는 욕심을 내지만 하워드는 폐인이 된 상태에서도 자신의 회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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