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고개 숙인 이우성…"왜 소심하게 구냐, 자신감 가져라" 믿어준 이범호 [현장 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9. 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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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이우성이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결승타를 장식하는 등 활약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구,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제자는 반성했고, 사령탑은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KIA 타이거즈 이우성은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7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9회초 결승타를 때려내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KIA는 타선의 화력에 힘입어 0-5로 끌려가다 6-5로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삼성과의 주말 시리즈서 2전 전승으로 승전고를 울리며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선두 KIA와 2위 삼성의 격차는 6.5게임 차로 벌어졌다. KIA의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는 12가 됐다.

이우성은 0-0으로 맞선 2회초 1사 2, 3루서 볼넷을 골라내 만루를 이뤘다. 후속타는 나오지 않았다. 0-5로 뒤처진 4회초 무사 1, 3루에선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올렸다. 1-5, 팀의 첫 득점이었다. 3-5로 따라붙은 6회초엔 선두타자로 나서 중견수 뜬공을 기록했다.

5-5로 팽팽해진 7회초 1사 1루서는 좌전 안타로 기회를 이었다. 추가 적시타는 나오지 않았다.

대망의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김선빈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후속 타자였던 이우성은 담장을 직격하는 대형 좌중월 적시 2루타로 1타점을 추가했다. 팀에 6-5를 선물했다.

승리 후 만난 이우성은 9회 적시타 상황부터 돌아봤다. 그는 "놀랐다. 치는 순간 공이 잡혔다고 생각하고 뛰었는데 안타가 됐다"며 "아직 하늘이 나를 버린 것 같지는 않다"고 멋쩍게 웃었다.

KIA 타이거즈 이우성이 정규시즌 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실 남몰래 마음고생을 했다. 지난달 31일 경기 때문이다. KIA는 난타전 끝 15-13으로 승리했다. 과정은 험난했다. 경기 초반 5-2로 앞서다 2회말 6실점을 허용했다.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우성이 선두타자 윤정빈의 타구에 포구 실책을 저질러 1루를 내줬다.

이후 선발투수 황동하는 계속해서 볼넷을 주며 흔들렸고, 그대로 강판당했다. 구원진들이 황동하의 책임주자를 모두 홈으로 들여보내 황동하의 성적은 1⅓이닝 6실점(3자책점)이 됐다.

이우성은 "내 실책 때문에 실점이 시작되지 않았나. (황)동하에게 사과도 못 할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며 "물론 사과를 하긴 했지만 나보다 한참 후배인 동하에게 너무 미안했다. 숙소에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이범호 KIA 감독은 1일 경기 선발 라인업에 다시 한번 이우성의 이름을 넣었다. 이우성은 "내일이 있으니 (실수는) 계속 잊으려 했다. 감독님께서 믿고 기회를 주셔서 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힘들어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 다행이다. 정말로 하늘이 아직은 나를 버리지 않은 듯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우성은 31일 경기 전 라이온즈파크에 나와 이 감독에게 인사하며 "요즘 계속 못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임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며 "원래 그런 말을 잘 안 하는데 그날은 감독님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진심에서 우러나 '죄송합니다'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KIA 타이거즈 이우성이 정규시즌 경기에서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이 감독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우성은 "'안 그래도 소심한 놈이 왜 더 소심하게 이러냐. 자신감 가져라'라고 말씀해 주셨다. 대장님의 한마디에 자신감을 찾았다. 정말 감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감독님께서 화내실 때도 있지만, 최대한 참고 참으며 선수단을 끌고 가려 하신다. 나 같은 중고참 입장에서는 죄송해서라도 더 잘하고 싶어진다"며 "감독님께 보답까진 아니더라도 그 믿음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믿어주신 만큼 해내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자는 것보다는 무엇이든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우성은 "선수가 그렇게 생각하게끔 감독님이 리더 역할을 해주신다. 선수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며 "이번 경기에서 희생플라이를 치고 나서 '감독님, 저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리기도 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삼성과의 주말 시리즈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끝마쳤다. 이우성은 "모두가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2승 했다고 해서 '와 우리가 이겼어'라며 들뜨진 않는다. 또 다음 경기만 생각할 뿐이다"며 "선수들은 매 경기 지면 힘들어하고 이기면 무척 좋아한다. 내가 느낀 타이거즈는 그렇다. 매직넘버가 몇 개인지도 잘 모른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우성을 비롯한 호랑이 군단이 하나로 뭉쳐 정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대구,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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