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 “국내 상장사 이사회·주주 간 소통, 美 절반 수준”
“디지털 역량 보유 절반 못 미쳐… 이사회 평가 실효성 높여야”
국내 상장사 10곳 중 8곳은 최근 1년 내 경영진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이 일반 주주와 직접 소통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주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89%)이 주된 이유로 꼽힌 만큼,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이 같은 내용의 ‘사외이사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국내 상장사에 재임 중인 사외이사 총 83명을 대상으로 이사회 구성, 운영, 평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 여러 부문에서 인식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주주와의 소통 경험은 평균 22%로, 자산 규모가 큰 기업(2조원 이상 36%, 2조원 미만 9%)에서 더 높았다. 일반 주주와의 소통이 활발한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PwC 미국이 주요 상장사 이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CEO를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이 일반 주주와 소통한 적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54%였고, 여기서 주주와의 논의가 생산적이었다는 답변은 87%였다.
응답자의 82%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운영 효과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반면 정보기술(IT) 및 디지털, 사이버 위험 관리 역량은 가장 부족한 분야로 지적됐다. 응답자 82%는 이 역량을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고, 이를 ‘충분히’ 또는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5%에 그쳤다.
이사회 평가와 관련, 응답자의 61%는 이사회 평가를 실시 중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효과적인 평가 절차를 갖췄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평가 결과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6%로 나타나 이사회 평가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부 전문기관 또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내부 조직에 의한 평가가 이뤄진다는 비율 또한 각각 6%와 8%로 매우 낮았다.
이사회 내 위원회로는 감사위원회(88%)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65%)를 가장 많이 설치했다. ESG위원회는 45%였다. 반면 국내 기업집단 특성상 내부 거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위원회가 설치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21%이며, 신설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8%에 그쳤다.
ESG 이슈는 이사회의 주요 안건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57%는 ESG가 이사회의 정기적 안건에 포함돼 있으며, 52%는 ESG 요소가 회사 전략과 연계돼 있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ESG 감독에 대한 사외이사의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이사회가 ESG 공시 의무화에 대비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조 원 이상의 기업에서 51%였지만, 2조 원 미만 기업에서는 18%에 그쳤다.
사외이사 간 공조 체계 강화를 위해 권고되는 사외이사만의 회의는 응답자의 35%만 개최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42%는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방안으로 꼽히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가 이뤄졌다고 했다. 지난해 공시된 정보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대규모 상장사 비율은 34%로, 조사 결과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비율이 절반 이상이다. 보고서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이사회의 경영 감독 기능은 약화할 수 있다”며 “분리가 어려울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둬 사외이사의 의견을 모으고 대표이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 것도 권고된다”고 밝혔다.
장온균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장은 “이번 보고서는 현재 이사회의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매년 사외이사 설문조사를 통해 연도별 추이와 변화를 파악하고, 의미 있는 분석을 제공해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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