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AfD, 튀링겐주 선거 1위…전후 첫 극우정당 승리
독일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1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제1당 자리를 예약했다. 독일에서 2차 세계대전 후 극우 정당이 주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반면 집권 연정은 한 자릿수 지지율로 참패를 기록할 전망이다.
독일 공영방송 ZDF 등에 따르면 이날 밤 9시 기준 AfD는 튀링겐주에서 득표율 33.2%로 다른 정당들을 모두 앞서고 있다. 중도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은 23.6%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이른바 '신호등 연정' 소속 정당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의 경우 전후 최악의 주선거 성적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요 외신들은 이날 AfD의 승리가 베를린의 권력 균형에 실질적 여파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독일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지금까지 극우 정당이 주의회 선거나 총선에서 승리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튀링겐 AfD 대표인 비외른 회케는 연설에서 금지된 나치 슬로건 등을 사용한 혐의로 법원에 두차례나 벌금을 물었던 독일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이다. AfD의 티노 추루팔라 공동대표는 현지 방송에 출연해 "유권자들의 바람을 존중하고 싶다면 AfD 없이 통치하기란 이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AfD는 이날 함께 치러진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도 30.4%를 득표해 2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CDU가 31.5%로 앞서고 있지만, 2위와 격차가 크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fD가 11년 전 창당 이래 처음으로 주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며 "정치적 지진이자, 중도정당이 점점 더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는 옛 동독 지역의 유권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급등하는 에너지비용, 정치적 분열 등에 실망해 점점 더 중도층을 버리고 포퓰리즘 정당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튀링겐주 에르푸르트 대학의 앙드레 브로독츠 교수는 가디언에 "AfD는 (동부에서) 핵심 기반을 구축했다"며 "이제 유권자들이 다른 정당에 대한 실망이 아닌, 확신에 의해 AfD에 투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AfD는 30%대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튀링겐, 작센 모두 주 정부에 참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SPD와 CDU를 비롯한 대부분 정당은 연정 구성 시 AfD를 배제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헌법수호청 역시 튀링겐·작센 지역 AfD를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튀링겐에서 2위인 CDU를 중심으로 급진좌파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과 SPD 등 3개 정당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관건은 좌파 포퓰리즘 성향의 BSW다. ZDF에 따르면 BSW는 튀링겐주에서 15%대, 작센주에서 11%대 득표율을 얻어 각각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들은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권에 실망하면서 이익을 본 정당은 극우 AfD만이 아니라면서 BSW가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강경 이민정책, 부자 증세 등 핵심 이슈에서 AfD와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튀링겐주에서 CDU가 BSW와 연정을 구성할 경우, 중도우파 내 분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가디언은 "BSW의 부상이 게임체인저"라며 "기존 정당을 거부하는 동시에 너무 급진적인 AfD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오는 22일에는 숄츠 총리의 지역구 포츠담이 있는 지역 선거인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이는 내년 9월 연방의회 총선 이전 마지막 주요 선거다. 일각에서는 신호등 연정이 최근 처참한 선거 성적표로 인해 분열되며 조기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이 가능성을 낮게 내다보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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