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소비와 카드사의 신용판매업 [서지용의 금융톡톡]

데스크 2024. 9. 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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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소매판매 지수 변화율 전년比 3%↓
카드사 신판 부문 위축…내수 진작 악영향
적격비용 제도 전면적 개선 통해 소비 유도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 ⓒ뉴시스

최근 민간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순수출과 함께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민간 소비 부진은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소매판매액 지수 변화율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 감소했다. 특히, 소매판매액 지수는 9개 분기나 연속 감소하는 등 역대 최장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참고로 소매판매액 지수는 소비동향 파악을 위한 유용한 지표로서, 소매판매점의 월별 판매액을 조사해 작성한다.

최근 정부도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정책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국군의 날의 임시공휴일 지정, 추석 성수품에 대한 공급관리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한시적 내수진작책으로 민간 소비 증대를 위한 근본적 방안은 아닌 듯하다.

국내 소비는 주로 신용카드를 통한 후불결제로 이뤄진다. 특히 고가의 내구재는 후불결제·할부거래를 통해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올해 1분기 신용카드 이용실적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6%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도 성장률(10%)에 비해 낮은 수치이다.

일시불 거래의 경우 올해 1분기 성장률은 8%에 머물렀는데, 이는 전년 15%의 성장률의 대략 절반 수준이다. 특히 고가의 내구재 소비와 관련 있는 신용카드 할부거래 성장률은 최근 둔화양상인데, 올해 1분기의 3.7% 성장률은 2022년 1분기의 12%와 비교 시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신용카드 이용 증가세가 둔화하는 데에는 고물가·고금리에 기인한 수요위축의 원인도 있겠지만 공급 측면에서 보면 카드사의 신용판매업에 대한 축소도 한몫한다. 지난해 물가 대비 최근 물가 수준이 오히려 낮아진 점, 지난 1년 7개월 동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동결된 점을 감안할 경우, 수요 측면에서 신용카드 이용 증가세 둔화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최근 카드사들은 주로 카드론, 현금서비스와 같은 현금성 대출에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카드론 잔액이 이미 40조원을 넘어섰고, 연체율도 지속 상승하면서 대출자산의 부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카드사의 카드론 공급에 대한 적극적 수위 조절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카드사의 신용판매 부문 축소는 소비자에 대한 할인·포인트 적립 등 부가서비스 혜택의 축소,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의 단종, 가맹점 매출을 지원하는 마케팅 행사 축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2012년 이래로 가맹점이 합당하게 부담하는 비용을 적격비용으로 규정하고, 매년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출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는 제도가 10년 넘게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은 0.5~1.5%의 낮은 수준이며, 이런 낮은 수준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가맹점의 비중은 전체 가맹점 대비 96%나 되는 상황이다. 카드사의 주요 사업분야였던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률은 최근 0.5%까지 하락했다. 카드채 발행금리 상승으로 증가한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증가를 감안 시 카드사의 신용판매 부문의 자산운용 확대는 더 이상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카드사의 신용판매 부문의 사업축소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가 혜택 축소에 따른 후생 감소 및 국민경제의 민간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빅테크에 대한 후불결제 허용으로 고가의 내구재를 신용카드 할부로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유인도 감소한 상황이다. 즉 2022년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사에 대한 선구매후불결제 서비스가 허용되면서 카드사의 후불결제시장에서의 지위 약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카드사의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 제고는 소비자에 대한 부가 혜택 및 가맹점 매출을 위한 마케팅 지원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신용카드를 이용한 민간 소비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카드사에 적용되고 있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폐지를 포함한 대폭적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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