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료 오르나…2027년부터 '가격 3배' 친환경 항공유 의무화
국제 항공업계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은 지속가능항공유(SAF)를 혼합해서 써야 하는 SAF 혼합의무화제도가 시행된다. SAF는 폐식용유나 농업 부산물 등 바이오 기반 폐기물이나 대기중에서 포집한 탄소 등을 이용해 생산한 친환경 대체 연료로 SAF 사용시 항공기의 탄소배출량은 기존 항공유 대비 5분의 1로 줄어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국내 주요 정유·항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런 내용을 포함한 SAF 확산 전략을 공동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 국내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은 항공유의 최소 1% 가량을 SAF로 혼합해 사용해야 한다.
SAF 의무 사용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항공유 2% 이상을 SAF로 주유하도록 의무화했다. EU의 SAF 의무 비율은 2030년 6%, 2050년 70% 등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미국 역시 205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0%까지 SAF로 충족하겠다는 목표다. 일본은 2030년까지 항공유 중 10%를 SAF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국내 공항에 SAF 급유 시설을 설치하는 정유사에 예산을 지원하고 관련 규제를 풀 계획이다. 조 단위 투자가 들어가는 SAF 전용시설 구축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SAF 지각생 한국
한국은 SAF 시장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한국은 전 세계 항공유 수출 1위(2022년 1080만3000톤(t)) 국가인데도, SAF 시장에 대한 대비는 거의 안 돼 있다. 정유 업계에 따르면 미국·유럽·중국 등 전 세계에 323개나 있는 SAF 생산 시설이 한국엔 전혀 없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SAF 수요는 4000억t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연간 항공유 수요(3500억~4000억t)와 비슷한 규모의 시장이 SAF로 대체된다는 의미다.
국내 정유 4사도 2030년까지 약 6조원을 투자해 SAF 전용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
항공운임도 오를까
SAF로 연료를 교체해야 할 항공사들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값이 2~3배가량 비싼데, 항공유는 항공사 매출원가의 30%를 차지해 SAF 비중이 높아질수록 항공사의 비용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대한항공이 지난달 30일부터 에쓰오일과 SK에너지가 생산한 SAF를 사용(1% 혼합·주 1회 급유)해 인천과 하네다 상용 운항을 시작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유럽 취항에 나선 티웨이항공 역시 에쓰오일과 손잡고 내년부터 인천-파리 노선에 SAF를 혼합 급유해 운항할 예정이다.
항공사의 SAF 비용은 비행기 티켓값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SAF 부담을 줄이려 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SAF 의무화가 항공운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SAF 비용을 운임에 반영하는 정도를 국제선 운수권 배분 방식에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또 항공사들은 항공유 부담을 덜기 위해 친환경 고효율 항공기를 서둘러 도입할 방침이지만, 모든 기체가 교체되기까진 시간이 꽤 걸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SAF 의무화에 따라 항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보전해줄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의무 비율만 정해지면 높아진 연료비가 결국 항공권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요즘 송파는 ‘찐강남’ 아니다…계란 배달이 가른 운명 | 중앙일보
- '젊은 대장암' 한국 MZ가 세계 1위…이 음식은 드시지 마세요 | 중앙일보
- "사람 얼굴부터 보이나요?" 당신은 잡생각이 많군요 | 중앙일보
- 수면제 먹인 뒤 1억 털어갔다…'검은 과부' 공포의 미인계 | 중앙일보
- 아내 찌른 남편 47층서 투신 사망…집안엔 어린 자녀 있었다 | 중앙일보
- 문재인은 뇌물, 김정숙은 타지마할...문 부부 초유의 동시 수사 | 중앙일보
- [단독] '기밀유출' 정보사, 7년간 외부감사 ‘0’…文때 바꾼 훈령 때문 | 중앙일보
- "회사선 참다가 집에서 폭발" 번아웃보다 위험한 '토스트아웃' | 중앙일보
- 컵라면 물 가득 부어 끼니 때워…박근혜 어깨 본 의사는 “참혹” | 중앙일보
- 밤새 긁다가 피 뚝뚝…늘어나는 '중증 아토피' 치료법 찾는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