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료 오르나…2027년부터 '가격 3배' 친환경 항공유 의무화

박영우 2024. 9.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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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부터 2025년 7월까지 1년 동안 주 1회 KE719편 전체 항공유의 1%를 SAF로 채울 예정이다. 해당 노선에 혼합하는 국산 SAF는 에쓰오일과 SK에너지가 생산한다. 전반 6개월은 에쓰오일, 후반 6개월은 SK에너지가 생산한 SAF를 적용한다. 사진 대한항공

국제 항공업계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은 지속가능항공유(SAF)를 혼합해서 써야 하는 SAF 혼합의무화제도가 시행된다. SAF는 폐식용유나 농업 부산물 등 바이오 기반 폐기물이나 대기중에서 포집한 탄소 등을 이용해 생산한 친환경 대체 연료로 SAF 사용시 항공기의 탄소배출량은 기존 항공유 대비 5분의 1로 줄어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국내 주요 정유·항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런 내용을 포함한 SAF 확산 전략을 공동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 국내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은 항공유의 최소 1% 가량을 SAF로 혼합해 사용해야 한다.

SAF 의무 사용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항공유 2% 이상을 SAF로 주유하도록 의무화했다. EU의 SAF 의무 비율은 2030년 6%, 2050년 70% 등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미국 역시 205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0%까지 SAF로 충족하겠다는 목표다. 일본은 2030년까지 항공유 중 10%를 SAF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국내 공항에 SAF 급유 시설을 설치하는 정유사에 예산을 지원하고 관련 규제를 풀 계획이다. 조 단위 투자가 들어가는 SAF 전용시설 구축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SAF 지각생 한국


한국은 SAF 시장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한국은 전 세계 항공유 수출 1위(2022년 1080만3000톤(t)) 국가인데도, SAF 시장에 대한 대비는 거의 안 돼 있다. 정유 업계에 따르면 미국·유럽·중국 등 전 세계에 323개나 있는 SAF 생산 시설이 한국엔 전혀 없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SAF 수요는 4000억t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연간 항공유 수요(3500억~4000억t)와 비슷한 규모의 시장이 SAF로 대체된다는 의미다.
정근영 디자이너
글로벌 정유업계는 SAF 시장에 빠르게 대응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리터(L)당 440~615원의 생산 보조금을 지급한다. 일본 역시 기업의 SAF 생산설비 투자에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조성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10년간 L당 270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준다. 독일과 네덜란드도 EU 규정에 발맞춰 10년 이상의 장기 보조금 제도를 운용 중이다.

국내 정유 4사도 2030년까지 약 6조원을 투자해 SAF 전용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기존 정유 설비에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해 생산한 SAF 제품 수출에 성공했다. 올해 4월부터는 연산 13만t 규모의 바이오디절(BD) 공장을 상업 가동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4월부터 국내 최초로 SFA 국제인증(ISCC CORSIA)을 획득해 본격적인 탄소 저감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7년까지 SAF 생산설비를 구축할 방침이다. GS칼텍스는 내년 2분기 생산을 목표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바이오 원료 정제시설을 건설 중이다.
항공기에 급유를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항공운임도 오를까


SAF로 연료를 교체해야 할 항공사들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값이 2~3배가량 비싼데, 항공유는 항공사 매출원가의 30%를 차지해 SAF 비중이 높아질수록 항공사의 비용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대한항공이 지난달 30일부터 에쓰오일과 SK에너지가 생산한 SAF를 사용(1% 혼합·주 1회 급유)해 인천과 하네다 상용 운항을 시작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유럽 취항에 나선 티웨이항공 역시 에쓰오일과 손잡고 내년부터 인천-파리 노선에 SAF를 혼합 급유해 운항할 예정이다.

항공사의 SAF 비용은 비행기 티켓값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SAF 부담을 줄이려 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SAF 의무화가 항공운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SAF 비용을 운임에 반영하는 정도를 국제선 운수권 배분 방식에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또 항공사들은 항공유 부담을 덜기 위해 친환경 고효율 항공기를 서둘러 도입할 방침이지만, 모든 기체가 교체되기까진 시간이 꽤 걸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SAF 의무화에 따라 항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보전해줄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의무 비율만 정해지면 높아진 연료비가 결국 항공권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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