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푸틴에 무기 지원…'공범' 김정은, 국제법정 세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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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땅 밟는 푸틴…"체포해 ICC 보내야"
크렘린궁은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은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의 초청으로 소련군과 몽골군이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상대로 거둔 공동 승리를 기념하는 85주년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며 "후렐수흐 대통령 및 몽골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몽골 정부는) 체포영장을 집행해 푸틴을 ICC로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크렘린궁은 "러시아와 몽골은 매우 친밀하다. (체포될)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ICC는 전쟁 범죄를 비롯한 중대한 형사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단죄하기 위한 국제사회 유일의 상설 재판소다. ICC가 다루는 범죄는 전쟁 범죄, 반인도 범죄, 침략 범죄, 집단살해(제노사이드) 등 네 가지로 나뉜다.
푸틴에 대해선 지난해 3월 전쟁 범죄 혐의로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ICC 회원국인 몽골은 푸틴을 검거할 의무가 있다. 푸틴이 ICC 회원국 땅을 밟는 건 체포영장 발부 뒤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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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도 공범"…법적 단죄 가능할까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ICC의 수사 범위가 침략의 당사자인 푸틴과 그의 수하 뿐 아니라 전쟁범죄에 기여한 타국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표적인 조력자는 북한의 김정은이다. 실제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북한의 대러 군사 지원을 언급하며 "북한은 러시아 불법 침략의 공모자(complicit)"라고 밝혔다.
이런 규정 자체가 이례적이라 외교가에선 북한을 러시아의 공범으로 낙인찍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는 곧 북·러 간 불법 무기 거래를 제재 등 말고도 국제형사법적으로 제어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일 수 있어서다.
ICC의 설립 근거인 로마규정 25조는 "범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범행수단의 제공'을 포함해 범죄의 실행이나 실행의 착수를 '방조·교사'(aids and abets) 또는 달리 '조력'(assists)한 경우"에 대해 개인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북한제 포탄, 미사일 등 '수단'을 제공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살상이라는 '범행'을 '방조·교사·조력'한 혐의를 김정은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법적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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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무기 제공 근거…지지 발언도 꾸준
앞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접전지에선 북한제로 보이는 포탄과 미사일이 수차례 발견됐다. 또한 김정은은 "(러시아가) 성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쟁취하리라는 굳은 확신을 표명한다"(지난 15일 광복절 축전), "우크라이나에서의 특수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와 군대와 인민의 투쟁에 전적인 지지와 굳은 연대성을 표시한다"(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며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러시아와 북한은 ICC가 관할권을 갖는 당사국이 아니다. 그러나 당사국의 영토, 즉 우크라이나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푸틴과 김정은도 ICC 관할권의 대상이 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부터 ICC에 공식 가입했다. 지난해 3월 푸틴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당시엔 우크라이나가 ICC 회원국이 아니었지만, 로마 규정의 예외 조항(12조 3항: 비당사국도 선언을 통해 관할권 행사를 임시 수락)이 적용됐다.
다만 구체적 혐의 입증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단순한 무기 공급 정황을 넘어 '김정은이 의도를 갖고 민간인 살상에 쓰인 포탄과 무기를 제공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국제법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은 개인이 전쟁 범죄를 비롯해 ICC가 다루는 범죄의 네 가지 유형 중 하나에 '구체적으로 연루됐다'는 점을 밝히는 게 관건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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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게도 '아동 납치' 혐의 적용
앞서 ICC는 지난해 3월 푸틴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의 아동 불법 이주, 즉 아동 납치 혐의만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광범위한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다. 침략 전쟁의 주동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전쟁 범죄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발부하는 게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ICC는 지난 6월 세르게이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할 때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지시했다'는 전쟁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ICC의 적용 법리 또한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혐의 검토 자체가 선언적 효과"
전문가들은 김정은에 대해 전쟁범죄 등 공범 혐의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선언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푸틴을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재판정에 세워 처벌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 자체가 그를 압박하는 효과를 지녔던 것과 마찬가지다. ICC 차원에서 김정은을 전쟁의 공범으로 낙인찍는 순간 주변국으로 하여금 대북 교류·협력에 정치적·도덕적 부담을 느끼도록 할 수도 있다.
국제법을 전공한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아동을 비롯한 민간인에게 물리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단 걸 알면서도 군사적 지원을 계속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사법적 단죄가 가능할 수 있다"며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상징적인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을 ICC로 보내고자 했던 국제사회 차원의 시도는 인권 유린 차원에서 이뤄졌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 내 인권 상황을 북한 당국이 자행한 '반인도범죄'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refer)하라"고 권고했다. ICC 당사국이 아닌 북한 내 상황을 수사하기 위해선 유엔 안보리 차원의 결정이 필요하지만, 상임이사국에 이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어 현실화하지는 않고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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