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폭락장 와도 돈 지킨다? 기관이 쓸어담은 '방패'
블랙먼데이 트라우마 겪는 당신…안전한 투자법은
■ 경제+
「 8월 초 예고 없이 닥친 증시 급락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됐지만, 투자자들에겐 증시에 대한 불안과 의문을 확실히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블랙 먼데이(2024년 8월 5일)’ 이후 증권가에서도 연내 코스피 3000 돌파를 호언장담하던 목소리가 쏙 들어가고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많아졌다.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랠리에 가려졌던 여러 불안 요인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모양새다. 당분간 증시 전체가 확실한 방향을 잡고 큰 폭으로 상승하거나,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시장이 가장 싫어한다는 불확실성이 가득 찬 상황, 머니랩이 안갯속 시장 대처법을 알아봤다.
」
지난달 5일 국내 주식 하락은 설명하기 어렵다. ‘블랙 먼데이’ 이후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들며 지수 급락을 설명하려 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 AI 거품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스라엘-이란 전쟁 가능성 등…. 하지만 어떤 이유든 이 정도의 이례적인 큰 낙폭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공통적인 견해다. 과거 외환위기,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하루 만에 지수가 더 빠지다니, 최근의 시장 환경이 당시보다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뚜렷한 근거가 부족한 주가 폭락은 투자자에게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를 위한 변명’ 보고서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주가 하락이 주는 공포는 크다”고 했다.
그런 만큼 후유증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주식분석부장은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는 점도 시장 심리의 빠른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여러 불확실성 요인 중 시장을 무너뜨릴 악재로 커질 만한 변수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불안감이 해소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안전 자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안전 자산 사이에서도 방향성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금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왔다. 이 와중에 제롬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통화정책 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9월 금리 인하 방침에 못을 박자 다시 날개를 달았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17% 오른 256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고금리는 대체로 금값을 떨군다. 그럼에도 금은 그간 지정학적 위험 증가, 중국의 금 매입 확대 등의 여파로 강세를 지속해 왔다. 게다가 이제 고금리 기조가 저물게 되면 금값은 더 오를 수 있다. 시티 리서치의 북미 상품 책임자 아카시 도시는 “Fed의 9월 금리 인하 시작 전망에 전반적으로 (금)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며 “온스(31g)당 금값이 연내 2600달러에 달하고 내년 중반까지 3000달러(약 400만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가파르게 오른 급값은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TD증권 상품 전략 책임자 바트 멜렉은 “금이 단기적으로 과매수 상태(가격이 상승해 많은 투자자가 이미 매수를 한 상태)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 시기엔 채권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채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뜻한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해 들어 7월까지 3%대를 유지하다 8월 들어 2%대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 금리도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하 방침을 굳힌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3.79% 수준으로 떨어졌다. (채권 가격은 상승)
반면에 한때 ‘킹 달러’로 불릴 정도로 위세를 떨치던 달러는 최근 들어 완연한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0까지 떨어졌다. 이는 작년 7월 중순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변화는 역시 금리 인하 가시화의 영향이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예고에 미국 경기 둔화 흐름까지 반영하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동안 달러가 워낙 강했던 만큼 약세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어도 달러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대비 원화값 등 환율 흐름은 미국 주식 직접투자는 물론 각종 상장지수펀드(ETF) 등 여러 상품의 수익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 만큼 투자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예컨대 환 헤지형 ETF의 경우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됐지만, 환 노출형 ETF는 투자 대상국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면 환 손실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달러 약세 흐름에선 환 헤지형 ETF의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
아예 예·적금으로 자금을 옮기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단 금리 인하를 목전에 두고 있어 예·적금 금리도 투자자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이도 저도 선택하기 어려울 땐 단기 투자처에 잠시 자금을 맡기며 투자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포트폴리오를 더 방어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자문사 푸어드(Foord)에셋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아르체세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주장이다. “시장이 너무 고평가됐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가 이미 크게 둔화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면서다. 그는 ‘방어적 전략’을 위한 추천 종목으로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Roche), 영국 에너지 기업 SSE, 미국 유틸리티 기업 에디슨인터내셔널, 스페인 담배 유통 전문회사 로지스타를 꼽았다. 실제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실적을 올리는 ‘경기 방어주’로 옮겨가고 있다.
반면에 그간 시장을 주도한 빅테크 종목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관련 종목들은 가파른 주가 상승의 반작용에 AI 피크(고점) 논란이 나타났다”며 “과연 AI 투자가 계속될 것인지 등의 의구심은 올해 4분기 말 정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며 그 이후 빅테크 관련 주가 흐름이 다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블랙 먼데이’ 이후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금융업종, 배당성향이 높은 업종을 사들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움직임 등이 경기 둔화를 시사하고 있어 방어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변동성이 적은 보험과 음식료 업종을 주목할 만하다”고 권했다.
특히 금융업 등 대체로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은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과 맞물려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리 민감도가 커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헬스케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와 함께 밸류업 정책 수혜주인 금융주 등이 유리한 투자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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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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