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사위 특채, 김건희 명품백...같은듯 다른 '뇌물죄 방정식'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 특혜채용 의혹’ 전주지검 수사와 오는 6일 열리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공통점은 전‧현직 대통령의 가족이 연루된 뇌물 혐의를 다룬다는 점이다. 뇌물수수는 그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를 시작으로 노무현,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들이 수사 받은 대표적 혐의다. 가족·측근에서 시작된 수사의 종착점이 대통령이 된 경우가 많아 '대통령의 범죄'로 불리기도 한다
‘대통령의 범죄’ 뇌물죄…직무관련성, 대가성이 핵심
뇌물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상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약속받은 경우를 처벌한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는 건 같지만, 청탁성 금품을 공무원 본인이 아닌 제3자가 받거나 수수하기로 약속했을 때 성립한다.
뇌물죄 성립의 핵심 쟁점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다.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 죄가 성립해서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서 검찰이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에 대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여부를 수사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명품백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것인지, 특정한 청탁의 ‘대가’였는지 모두 살펴야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서다. 김 여사는 공무원이 아니기에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윤 대통령과 최 목사가 접촉했다는 증거 혹은 윤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이 이뤄졌다는 증거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전주지검에서 수사 중인 문 전 대통령의 사위 부당채용 의혹도 뇌물죄를 줄기로 한다. 이 의혹은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씨가 2018년 7월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실소유한 타이이스타젯 항공에 전무로 취업한 사건을 두고 벌어졌다. 검찰은 서씨가 항공업계 경험이 전무한데도 항공사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 단순한 취업이 아니라 서씨 취업 4개월 전인 2018년 3월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한 대가로 보고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다.
당초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에는 ‘직접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새롭게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당시 딸 다혜씨 부부의 생활비를 일부 부담해왔는데, 전 사위 서씨의 취업 이후 금전적 문제가 해결돼 서씨의 채용이 곧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익으로 직접적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주지검은 왜 제3자 뇌물죄에서 직접 뇌물죄로 방향을 바꿨을까. 법조계 관계자는 “두 범죄를 입증하기 위한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제3자 뇌물죄’보다 ‘직접 뇌물죄’ 논리 구성이 더 쉽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을 중진공에 임명한 것이 대통령 ‘직무’에 속하는 일이고, 그것이 곧 서씨 취업의 ‘대가’라고 논리를 구성하는 건 직접 뇌물죄에서도 가능하다.
제3자 뇌물죄는 이에 더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추가로 입증해야 하는데 당사자나 관계자 진술이 주요한 증거가 된다. “예를 들면 이 전 의원이 ‘서씨를 채용해 줄 테니 나를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해달라’고 문 전 대통령에 청탁했다는 증거를 검찰이 잡아야 하는데, 누군가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입증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일각 “대통령 직무범위 무한”…‘포괄적 뇌물죄’ 거론
실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아들이 받은 퇴직금과 상여금 50억원을 근거로 뇌물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 전 수석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 전 수석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직무범위가 사실상 무한하다는 점에서 포괄적 뇌물죄 적용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포괄적 뇌물죄는 1995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검찰이 처음 적용해 대법원 판결로 인정받았다. 1997년 대법원은 “대통령은 정부 중요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등 기업 활동에 직무상·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해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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