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도 나가떨어졌다…파운드리 삼국지, 대만 'TSMC 천하'
2021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재진출하며 ‘반도체 왕국’ 재건을 노리던 미국 인텔이 막대한 적자 속에 파운드리 사업부 분할·매각을 검토한다. 세계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어, 삼성-인텔-TSMC의 ‘파운드리 삼국지’는 대만 TSMC의 독주 체제로 굳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인텔이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투자은행과 함께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파운드리 부문을 아예 분리하는 방안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하지만 투자 비용이 예상을 뛰어넘으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이 인공지능(AI) 시대 패권이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로 넘어가면서 주력인 CPU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해 인텔의 주가는 60% 이상 폭락했고, 올 2분기에만 2조원 넘는 손실을 내면서 1968년 회사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그동안 인텔의 반도체 제조부문 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나왔지만 칩 설계·제조 패권을 모두 쥐겠다는 인텔 경영진의 입장이 확고해 번번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사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내몰리면서 결국 밑 빠진 독으로 전락한 칩 제조부문을 떼어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미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단숨에 10% 가까이 치솟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이 AMD처럼 칩 제조를 포기하고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서 2008년 AMD는 칩 제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자체 팹(반도체 공장)을 떼어내 매각했다. 이후 AMD는 칩 설계에만 집중했고, 파운드리 분사 이후 시가총액이 100배 넘게 늘어나면서 라이벌 인텔을 넘어섰다.
美의 제조 패권 회복, 쉽지 않다
하지만 인텔은 물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TSMC마저 노동조합 문제와 현지의 저조한 생산성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삼성전자·TSMC의 미국 공장은 당초 계획보다 투자 금액은 2배 넘게 늘어났지만 가동 시점은 예상보다 더 늦어지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TSMC는 가장 중요한 초미세 공정만큼은 본국 대만에 계속 두겠다는 입장이다.
TSMC의 연구개발(R&D) 디렉터를 지낸 양광레이 국립대만대 교수는 지난 7월 중앙일보와 만나 “미국의 젊은 세대는 반도체를 낡은 산업으로 여기기 때문에 칩 제조를 제대로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련된 기술 인력을 비교적 저렴한 임금으로 집중 투입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동아시아 지역 뿐이라는 것이다.
TSMC 독주 더 길어진다
반면 TSMC는 다음 달 고객사들과 2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 테스트를 시작하는 등 1인자 자리에 쐐기를 박으려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최선단 공정에서 TSMC와 정면승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최첨단 공정과 레거시(범용) 사이의 틈새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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