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경협 회장단 합류한 '불닭볶음면 신화'…새 부회장 3인 보니

박해리 2024. 9.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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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등 3명을 새 회장단 멤버로 추가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경협 빌딩 앞 한경협 표지석. 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등 3명을 새 부회장에 선임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 회장단은 오는 9일 서울 모처에서 신규 선임될 부회장들과 만찬 겸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류진 한경협 회장(풍산그룹 회장) 주재로 열리는 이날 회의에서 부회장 3인 선임 안건에 대한 기존 회장단의 합의로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날 새 부회장들과 기존 회장단이 첫 상견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단 멤버 추가는 지난해 5월 발표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혁신안 중 하나였다. 그동안 중장년·남성·제조업에 치우친 회장단 구성을 시대적 흐름에 맞춰 업종·성별·나이 등을 다양화 하겠다는 취지다.


새 멤버는 누구


정근영 디자이너

이번에 한경협 회장단에 합류하는 3명은 40~60대 초반, 여성, 금융권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오너 경영인이다.

김남구 회장(61)은 김재철(90)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투자 전문 금융그룹을 키웠다. 대학 시절 원양어선을 탄 일화로도 유명하다. 김 회장은 과거 서울대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서 “공부를 안 해 학교에서 잘릴 뻔 했다가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배를 탔다”며 “하루 18시간 노동하고 6시간 자는 것을 몇 달 동안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졸업 후 동원산업 대리로 입사했다가 게이오대 유학 이후 한신증권(동원증권 전신)으로 입사해 2004년 사장에 올랐다. 주식중개매매에 강했던 동원증권은 2005년 자산관리 부문 강자인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하며 현재 자산규모 100조원에 이르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대표 부회장(60)은 글로벌 K푸드의 대표 주자로 유명한 불닭볶음면 개발 주역이다.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자의 며느리이자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부인인 김 부회장은 가정주부로 지내다 1998년 회사가 어려워지자 경영에 뛰어들었다. 명동의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매운 음식을 먹는 모습에서 착안, ‘기존에 없는 매운맛’을 연구·개발해 불닭볶음면을 탄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수출 실적을 경신하는 불닭볶음면 영향으로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1조1929억원, 영업이익 1475억원)하며 수출 기업으로 변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월 ‘66조원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는 제목 기사에서 “김 부회장의 삶이 한국 드라마의 한 페이지를 찢고 나온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신규 부회장 중 가장 젊은 성래은 부회장(46)은 국내 아웃도어 1위 노스페이스를 비롯해 한국의 아웃도어 패션업계를 개척한 영원무역 창업주 성기학 회장의 둘째 딸이다. 스탠퍼드대 졸업 후 2002년 영원무역에 입사해 2016년 영원무역홀딩스 대표, 2020년 영원무역 사장을 거쳐 2022년부터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저서 『영원한 수업』을 출간해 1974년 창업 후 50년째 흑자를 이어가는 영원무역의 경영 철학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2월부터는 한국패션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한경협 회장단은


한경협 회장은 관례상 회장단에 속한 부회장 중 선출해왔다. 현재 회장단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선임연도 순)이 속해 있다. 류진 회장과 김창범 상근부회장까지 총 12명이다. 김승연 회장이 올해로 33년째 가장 오랜 기간 회장단에 참여 중이다. 한때 회장단을 떠났던 류진 회장은 지난해 다시 합류, 12년 만에 회장직을 내려놓은 허창수 GS 회장을 뒤이어 한경협을 이끌고 있다.

한경협은 향후에도 재계의 새 얼굴을 꾸준히 부회장으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경협의 인적·물적 쇄신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새 회장단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 류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10명인 회장단을 25명까지 늘리겠다”라며 “과거에는 회장과 상근부회장 둘이서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회장단이 모두 상의하며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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