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곳 찾아떠난 대형마트… 살 곳 잃어버린 소비자

박성영 2024. 9. 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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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찾은 홈플러스 안양점은 을씨년스러웠다.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 추이를 살펴보면 이마트는 2020년 160개에서 2024년 153개로 줄었고, 홈플러스도 2020년 140개에서 올해 127개로 줄어들었다.

대형마트가 사라지면 유동 인구가 줄기 때문에 지역 상권이 살아나기 어렵고,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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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신규출점 ‘0’… 1년간 매출 0.7% ↑ 그쳐
수익성 낮은 점포부터 정리, 매년 감소 추세
온라인 전환·신선식품 위주 매장으로 리뉴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홈플러스 안양점이 폐업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9일 지하 1층 전관 폐점 정리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한 신발 매장 벽면에 붙어있다.


지난달 29일 찾은 홈플러스 안양점은 을씨년스러웠다. 원래라면 물건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매대의 상당수는 텅 비어진 채로 방치됐다. 매장 곳곳엔 ‘폐점 정리’라고 쓰인 현수막이 달려있었고, 일부 의류는 재고를 털어낼 목적으로 1만원대 균일가에 판매됐다.

지난달 29일 찾은 홈플러스 안양점 매대가 텅 빈 모습.


홈플러스 안양점은 같은 달 31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이 종료됐다. 대형마트치곤 작은 규모에 속하는 점포지만 폐점 결정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이곳에 입점했던 한 옷가게 사장은 “한순간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타 점포에 다시 들어가거나 가게를 아예 정리해야 한다”며 “남은 옷은 본사 창고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몫도 있다”고 말했다. 한 홈플러스 직원은 “다른 지점으로 발령 났다. 정이 많이 들었던 곳인데 복잡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점포 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부터 먼저 정리하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 추이를 살펴보면 이마트는 2020년 160개에서 2024년 153개로 줄었고, 홈플러스도 2020년 140개에서 올해 127개로 줄어들었다. 롯데마트는 2019년 125개에서 현재 111개의 점포를 유지 중이다.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부문 성장세는 낮은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4년 상반기 유통업체 매출을 분석한 결과 편의점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백화점은 3.1% 성장했지만 대형마트는 0.7%에 그쳤다. 올해 7월 매출 분석 결과에선 폭우의 영향으로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7.9% 감소하기도 했다.

반면 온라인 부문 매출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파트를 강화하면서 점포를 폐점하거나 매각하는 추세다. 대형마트 3사의 신규 출점은 2021년 전주의 이마트 에코시티점이 마지막이었다.

문제는 대형마트가 사라지면 일반적으로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대형마트가 사라지면 유동 인구가 줄기 때문에 지역 상권이 살아나기 어렵고,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없다면 주변 상권이 같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 제조사는 판로가 줄어들고 소비자는 다른 지역에서 물건을 사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대형마트의 정체성인 만큼 그 수가 줄어들수록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낮아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고객들이 상품을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온 것”이라며 “그런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온라인쇼핑 플랫폼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3사는 ‘신선식품’을 통해 오프라인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단위로 산지를 확보하고 있어 오픈마켓에 비해 안정적으로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본 것이다. 이마트는 29일 죽전점을 리뉴얼하면서 신선식품 위주로 매장을 구성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2일 서귀포점을 미래형 마트 모델인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했고,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그로서리 전문 매장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황진주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체험에서 주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이 아무리 강세여도 오프라인 시장이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젊은 세대에게 다가갈 전략도 필요하다”고 했다.

안양= 글·사진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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