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교과서 ‘건국절’ 내주고 ‘자유’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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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고교 교실에서 쓰일 새 역사 교과서들 중 보수 진영에서 펴낸 교과서가 정부 검정을 통과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집필진 다수는 보수 성향의 인물이다.
과거 교학사 교과서나 국정 교과서 논란 당시 진보 진영은 학교들에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반면 보수 진영은 이 교과서의 채택률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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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8월15일 ‘정부 수립’ 기술
진보진영, 채택 저지 여론전 나설 듯
내년 3월부터 고교 교실에서 쓰일 새 역사 교과서들 중 보수 진영에서 펴낸 교과서가 정부 검정을 통과했다. 논란이 없진 않지만 과거 교학사 교과서나 국정 교과서 때처럼 ‘우편향’ 논쟁으로 크게 번지진 않을 분위기다. 관심은 향후 일선 학교들의 채택 과정에서 뉴라이트 성향으로 비판받는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가 얼마나 채택될지에 쏠리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집필진 다수는 보수 성향의 인물이다. 이들은 이승만·박정희정부의 공적이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 교과서가 ‘보수 코드’를 적극 반영한 부분은 ‘자유’를 강조한 대목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단어로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를 사용했다. 자유란 단어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35번 언급할 정도로 현 정부가 강조하는 가치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1948년 8월 15일을 ‘정부 수립’으로 기술했다. 보수 진영에서 추진하는 ‘건국절’ 논란을 피한 것이다. 진보 진영에선 1948년을 건국으로 보는 시각은 3·1절과 임시정부를 부정하기 때문에 반헌법적이며 친일적 주장이라고 비판해왔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으로 홍범도 장군의 항일 업적이 폄훼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 이 교과서는 그의 업적을 상세히 기술했다. 전반적으로 ‘독재·친일 미화’ 지적이 나올 서술들을 들어내고 진보 역사학계의 시각 일부를 수용하는 유연함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만간 학교들은 새 역사 교과서의 선정 작업을 시작한다. 학교장이 교과협의회 등 소속 교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1단계다. 2단계로 교원의 의견을 받아 교과용도서 선정심의안을 학교운영위에 상정한다. 3단계는 학부모 대표 등이 포함된 학교운영위 심의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4단계에서 학교장이 선정 도서를 최종 확정하고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교과서 선정 작업은 오는 10월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통상 새 학기가 시작되기 넉 달 전에는 교과서 선정을 완료하도록 하고 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선 한국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의 ‘친일·독재 미화 코드’ 등을 찾아내는 동시에 교과서 채택률을 ‘0%’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교과서 필진의 ‘우편향’ 활동 이력을 집중 부각하는 여론전도 시작됐다.
과거 교학사 교과서나 국정 교과서 논란 당시 진보 진영은 학교들에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보수 교과서를 채택하려는 학교를 찾아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보수 진영은 이 교과서의 채택률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새 역사 교과서들에서 명백한 문제점이 드러나면 수정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오류·문제 기술이 확인되면 학생들이 받아보게 되는 교과서에는 문제가 없도록 출판사에 수정·보완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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