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시간이 깃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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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이라는 단어는 풍속 속(俗)과 말씀 담(談) 자로 이뤄져 있으며 문화적, 언어적 풍습 내에서 오래도록 이어져 온 이야기라는 의미를 지닌다.
얼마 전 친구들과 대화하던 중 "짚신도 짝이 있다니까"라는 말을 누군가 던져서 웃음이 터졌는데 속담의 내용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신어본 적도, 누군가 신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없는 '짚신'이라는 사물이 여전히 우리말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흥미롭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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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이라는 단어는 풍속 속(俗)과 말씀 담(談) 자로 이뤄져 있으며 문화적, 언어적 풍습 내에서 오래도록 이어져 온 이야기라는 의미를 지닌다. 얼마 전 친구들과 대화하던 중 “짚신도 짝이 있다니까”라는 말을 누군가 던져서 웃음이 터졌는데 속담의 내용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신어본 적도, 누군가 신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없는 ‘짚신’이라는 사물이 여전히 우리말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흥미롭기 때문이었다.
“짚신도 짝이 있다”라는 속담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미 수십 년 전에 사라져버린 ‘짚신’이라는 사물을 지금처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을까. 사극의 등장인물들이 신고 있는 낯선 신발을 보며 저거 이름이 뭐였더라,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지 모른다. 말은 사물보다 오래 이어진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을 짚신을 사용하지 않는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사물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사물의 이름은 말 속에 남아 있다. 그러니까 말에는 시간과 기억이 깃들어 있는 셈이다. 시간과 기억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같은 언어를 사용해 온 사람들의 문화와 풍습 속에 깃들어 있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미래의 속담을 상상해 본다. 한국어의 역동성은 인터넷의 확산을 통해 온갖 밈과 유행어의 범람으로 가시화됐다. 계속 새로운 말들이 생겨난다는 것은 그 언어가 여전히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역동성과 활기가 한국어의 큰 특징이자 힘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미래에는 어떤 말이 살아남아 현재의 어떤 현상과 사물을 그 안에 담아내고, 그 현상과 사물이 사라진 이후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까. “짚신도 짝이 있다”는 속담은 언제까지 한국어 안에 살아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속담을 가장 마지막으로 말하는 사람은 누가 될까.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내가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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