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한동훈, ‘알리바이 정치’를 넘어서려면

정현수 2024. 9. 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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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유예 등 거침없는 행보 주목받아당내 지지 확보 못하면 아무 소용없어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에도 거침이 없었다.

지난 25일 의·정 갈등과 관련해 '2026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유예안'을 빼든 뒤 "더 나은 대안이 있으면 제시해 달라"며 자신의 의견을 단단히 고수하고 있다.

용산과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한 대표는 여권을 완전히 설득하지도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지도 않은 다소 어정쩡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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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정치부 기자

의대 증원 유예 등 거침없는 행보 주목받아…
당내 지지 확보 못하면 아무 소용없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에도 거침이 없었다. 지난 25일 의·정 갈등과 관련해 ‘2026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유예안’을 빼든 뒤 “더 나은 대안이 있으면 제시해 달라”며 자신의 의견을 단단히 고수하고 있다.

정부 명운을 걸고 이번 의료개혁을 다루고 있는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사안에 불쑥 개입하자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이 정도 마찰은 예상했다는 듯 “어떤 게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진을 쳤다.

당장 당정 갈등이라며 난리는 났지만 한 대표의 참전이 불러온 순기능도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의·정 갈등을 해소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정부 방침이 의료개혁을 위한 최선의 방안인지 환기했다는 측면에서다.

보건복지부 장차관 교체를 비롯해 용산만 바라보던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런 저런 여러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대표의 정면돌파를 기점으로 언론들이 “한 대표가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한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한 달 동안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스스로 “많이 참았다”고 할 만큼 야당과의 소모적인 정쟁은 피해갔다.

대신 ‘격차 해소’라는 타이틀을 걸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부터 폭염 대책,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지원, 간첩법 개정,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부활, 난임 지원 사각지대 해소까지 정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다만 한 대표가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 있다. 대안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정치가 끝나는 게 아니란 점이다. 관철시켜야 정치는 비로소 완성된다. 선거 때만 되면 각 정당이 피 터지게 경쟁하는 것도 어떻게든 정족수에 다가가기 위함이고, 각 당이 옳다고 믿는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서다.

그저 좋은 대안을 내어놓는 데 그친다면 그 정치는 ‘알리바이 정치’에 머물게 된다.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기어코 일이 그릇된 후에 ‘그래서 내가 그때 이런 의견을 내지 않았습니까’라는 항변은 의미가 없다.

한 대표의 가장 큰 과제도 여기에 있다. 한 대표가 제시한 많은 의견과 아이디어 가운데 제대로 매듭지어진 것을 찾기 쉽지 않다. 한 대표가 제시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이 대표적이다.

용산과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한 대표는 여권을 완전히 설득하지도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지도 않은 다소 어정쩡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내 생각은 이렇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집권여당 대표의 정치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한 대표가 아직 당내 의원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동훈 체제가 들어선 뒤 한 달 동안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지도부를 제외한 다수는 한 대표의 행보를 그저 관망하고 있다.

여러 의원을 찾아 그 이유를 물어보니 “한 대표가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의원들의 의견은 어떤지 물밑에서 함께 숙의하는 과정이 없다” “나만 믿고 따르라는 식인데, ‘독불장군’처럼 느껴진다”는 답이 돌아온다.

제대로 된 지원사격을 받지 못하다 보니 한 대표 의견이 적기에 제대로 드라이브가 걸리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한 대표가 알리바이 정치를 넘어서기 위한 첫 단추는 당내 우군을 확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당내에서부터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게 먼저란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파를 불문하고 의원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 대표가 ‘일기토 정치’에 능하다는 것은 그의 법무부 장관 시절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여당의 대표가 된 지금 우군 없이 일기토 정치만 고수하기에는 전장이 넓고 전쟁은 길다.

정현수 정치부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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