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전소까지 300m… 감일신도시 주민들 “이사갈까봐요”

이의재 2024. 9.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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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압 증설 절대 불가.' '변전소랑 못 살겠다 이전하라.' '직류전기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곳은 최근 한국전력이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과 갈등을 빚은 지역이다.

김은경 동서울변전소 증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단순히 전자파가 걱정된다는 차원이 아니고, 이런 규모의 변전소는 애초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지어야 맞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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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1.4㎞ 내 아파트 19곳· 학교 7곳
주민 거센 반발에 하남시 불허 결정
한전은 법적 소송 예고… 긴장감 팽팽
지난 29일 경기도 하남 감일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하남시는 주민 반대를 이유로 사업 불허 결정을 내렸지만 한전이 행정소송 등의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초고압 증설 절대 불가.’ ‘변전소랑 못 살겠다 이전하라.’ ‘직류전기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지난 29일 찾은 경기도 하남 감일신도시 곳곳에는 엇갈리는 메시지의 플래카드가 경쟁하듯 내걸려 있었다. 이곳은 최근 한국전력이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과 갈등을 빚은 지역이다. 주민 반대를 의식한 하남시가 지난달 결국 사업 불허 결정을 내렸지만 한전이 행정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긴장은 이어지고 있다.

갈등의 핵심 원인은 주거 지역과 너무 가까운 변전소 입지다. 신도시 인근 금암산에 들어선 동서울변전소 반경 1.4㎞ 이내에는 아파트 단지 19개와 초·중·고교 7개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와의 거리는 300m에 불과하고, 학교 중 가장 가까운 신우초와의 직선거리도 약 600m다. 일부 아파트 고층에서는 변전소 시설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오후가 되자 감일신도시 시내는 수업을 마친 유치원생, 초등학생들과 이들을 학원으로 데려가는 부모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와의 접근성이 강점인 이곳은 젊은 부부와 아이가 인구 분포의 다수를 차지한다. 지난 7월 기준 감일동 인구 3만9665명 중 약 20%인 7926명이 만 14세 미만이었다.

변전소 증설을 강하게 우려하는 이들은 대부분 젊은 부모들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김모(42)씨는 “(증설 규모가) 주거지 인근치고는 유례가 없이 크다는데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면서 “아는 학부모 중 아무도 반기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딸 둘을 키우는 이모(41)씨는 “여기서 아직 2년도 살지 않았지만 그동안에도 변전소 쪽은 최대한 가지 않았다”면서 “정말 증설이 된다면 이사를 진지하게 고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한전이 새로 설치하려는 500kV(킬로볼트)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시설을 문제의 핵심으로 꼽는다. 그동안 동서울변전소가 345kV 용량의 시설을 운영해온 만큼 변전소 존재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증설 시설은 주거지 코앞에 설치하기에 지나치게 크다는 취지다. 김은경 동서울변전소 증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단순히 전자파가 걱정된다는 차원이 아니고, 이런 규모의 변전소는 애초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지어야 맞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린 자녀를 키우지 않거나 예전부터 인근에 살아온 주민들의 반발은 비교적 덜한 편이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남형(62)씨는 “없던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있던 시설을 키우고 안전 조치도 추가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반대한다고 필요성이 사라지는 게 아닌데 방법을 찾을 생각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생 딸을 둔 40대 여성은 “처음부터 변전소가 있는 걸 알고 입주한 건데, 지금은 결국 집값 때문이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HVDC 변환 시설이 거주지 인근에 들어선 선례가 없는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직류에서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아 안전 측면의 우려는 오히려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하남시장님 참관하에 고덕 변환소 설비의 전자파 방출량을 측정했을 때도 일상생활보다 낮은 수준의 방출량이 측정됐다”면서 “(HVDC에 대한 우려는) 전기 이론으로 봐도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남=글·사진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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