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죄기 만시지탄, 8월 가계빚 8.3조 증가…40개월 만에 ‘최대폭’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또 7조원 넘게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지만, 규제가 더 세지기 전에 ‘막차’를 타자는 수요가 오히려 더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담대 잔액(567조735억원)은 7월 말(559조7501억원)보다 7조3234억원 늘었다. 집계에 들어가지 않은 지난달 30~31일 대출액까지 포함하면 전월 대비 주담대 증가 폭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 7월(7조5975억원)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마지막 날에 늘어난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이 조단위가 넘는다”고 했다.
감소 추세를 이어오던 신용대출도 3개월 만에 다시 늘었다. 지난달(29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새 8202억원(102조6068억원→103조40270억원) 증가했다. 최근 주담대가 늘면서 신용대출까지 증가하는 것은 집을 사기 위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을 받는다는 의미) 대출’이 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 ‘블랙 먼데이’로 주가가 급락하자 저점 매수를 위해 신용대출까지 끌어 쓴 사람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8조3234억원(715조7383억원→724조617억원) 늘었다.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다. 2021년 4월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초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영끌 대출이 유행할 때였다.
서울 아파트 매입, 2년 만에 40대가 30대 제쳤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고삐 풀린 듯 커지자 금융당국은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1일 시행한 스트레스 DSR 2단계는 우선 수도권에 한해 더 강하게 적용된다. 스트레스 DSR은 별도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더 줄이는 제도다. 원래 2단계부터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수도권은 1.2%포인트를 더 올린다.
이럴 경우 연 소득 5000만원 직장인이 수도권에서 연 4.5% 금리 주담대(30년 만기 기준)를 받으면 원래 3억2900만원까지 대출이 됐다. 하지만 1일부터 2억8700만원으로 한도가 4200만원 줄었다. 연 소득이 올라가면 줄어드는 한도는 더 커지는 구조다.
규제 강화가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 등 핵심 지역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한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주택 매매(신고일 기준)는 1만2783건으로 2년 11개월 만에 1만건을 넘었다.
한편, 지난 7월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40대 비중이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30대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매입자 거래량에 따르면 40대 비중은 33.2%로 30대(31.5%)를 추월했다. 2022년 8월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2021년 1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사상 최대인 39.6%까지 치솟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하락한 후에는 40대가 부동산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진 30대의 매수세가 잦아든 반면 그동안 관망하던 40대가 올해 금리가 약간 내려가자 본격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남준·백민정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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