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11개월 연속 플러스인데…갈 길 먼 내수 회복
8월 수출입 동향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한국 수출이 11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15개월 연속 ‘무역 흑자’도 기록했다. 다만 고금리 흐름이 장기화하면서 수출 회복 온기가 내수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한 579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역대 8월 중 최대 수출액이다.
수출 1등 공신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반도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8.8% 증가한 118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한국 수출을 견인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한 데다 인공지능(AI) 가속기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이외에도 컴퓨터(183.2%), 무선통신기기(50.4%), 선박(80%), 석유화학(6.9%) 등 15개 주력 수출 품목 중 7개 품목이 증가했다.
다만 자동차 수출은 4.3% 감소해 50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일부 업체에서 생산라인의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임금 및 단체협상 등으로 가동률이 하락한 것이 주원인이다. 여기에 글로벌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기차 수출이 53.6% 급감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59.7% 증가하면서 감소 폭을 최소화했다. 이 영향으로 자동차 부품(-3.5%)과 2차전지(-4.5%)도 수출이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7.9%), 미국(11.1%), 아세안(1.7%), 유럽연합(EU·16.1%) 등 주요 시장에서 대부분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 등 정보기술(IT) 품목이 톡톡히 역할을 한 결과다. 특히 대(對)EU 수출의 경우 선박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역대 8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대미 수출도 1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수입이 6% 증가한 540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는 38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5개월 연속 흑자 흐름이다. 올해 1~8월 누적 흑자 규모는 306억 달러로,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103억 달러)의 3배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18년 1~8월(448억 달러) 이후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문제는 수출 호조가 좀처럼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비로 0.4% 감소하면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소매판매(소비) 지수는 100.6(2020년=100)으로, 전월 대비 1.9% 하락했다.
장기화한 고금리 영향이 크다. 고금리는 기업의 투자 수요를 위축시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수 부진의 요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정책 지속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가 누적되면서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호조를 이끄는 품목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IT 산업 위주라는 점도 한계로 꼽는다. 실제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체의 20.5%를 차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유발효과가 큰 자동차나 2차전지 등은 부진하다 보니 수출이 좋아도 경기 회복에 기여하는 정도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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